은행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금융지주내 은행들은 여전히 ‘외벌이’
뉴스종합| 2014-01-14 11:16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2001년 4월 우리금융을 시작으로 국내 금융지주사 시대가 개막된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지난해도 은행에 과(過)편중된 후진국형 수익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양적완화 축소와 국내 저성장 기조 등 대내외 하방리스크가 중첩되면서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자회사들의 부진이 어느 해보다도 두드러졌다.

올해는 우리은행을 필두로 LIG손해보험, 현대ㆍ동양 증권 등 범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이 열리면서 지주들이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은행 쏠림 구조를 단기에 개선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지주들 은행 치맛자락만…=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의 수익 중 은행 비중이 60~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의 1~3분기 영업이익 누계치는 연결기준 1조5689억원으로 이 중 KB국민은행이 69.2%(1조859억원)나 됐다. 신한은행의 영업이익도 1조3950억원으로 신한금융지주 전체의 64.3%를 차지했다.

하나금융지주는 5740억원을 기록했는데, 자회사인 하나은행(7036억원), 외환은행(1878억원)을 합산한 수치보다 적다. 비은행 업종의 적자로 까먹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역시 4632억원으로 우리금융지주 영업이익의 57.1%를 차지했다.

순이익(3분기 누계)을 기준으로 하면 은행 의존도가 더 높아진다. 우리금융은 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93%(3816억원)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하나금융도 전체 순이익 9865억원 가운데 은행이 8914억원으로 90%에 달했다. 신한과 KB도 각각 은행이 64.9%(1조899억원), 64.6%(6465억원)를 차지했다.

지주의 총자산도 은행 비중이 여전히 절대적으로 높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를 상회했다.

KB금융이 91.3%(270조9000억원)로 은행 편중도가 가장 높고, 신한금융은 77.2%(245조1000억원)나 됐다. 우리와 하나도 각각 72.3%(240조5000억원), 54.3%(160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농협금융지주가 지난 13일 PMI(기업인수 후 조직통합)추진단 구성을 완료하고 현판식을 갖는 등 우리금융 증권계열 통합작업에 본격 나섰다. 임종룡(가운데) 회장 등 관계자들이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제공:NH농협금융]

▶비(非)은행 자회사 올해도 ‘막막’=이처럼 수익과 자산이 은행에 편중돼 있고, 은행과 비주력 자회사간 겸업화 효과까지 낮아 지주회사 체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지주회사가 100% 소유주체임에도 자회사간 경영ㆍ규제ㆍ감독의 벽이 두텁고 고객정보 공유 및 활용에 대한 제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교차판매, 복합상품 개발, 공동마케팅 등 자회사간 시너지 창출 면에서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내 비은행 업종들의 올해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개편 등의 규제변수와 저금리 장기화 등에 따라 수익 개선에 애를 먹을 것이란 관측이다. 증권업계 역시 거래 위축, 경쟁 심화, 업계 재편 등으로 힘든 한해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금융회사들은 하나같이 올해도 비은행 부문 강화를 목표로 정하고 있다. 우리파이낸셜에 대한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KB금융은 은행ㆍ카드ㆍ보험ㆍ저축은행 고객 외에 캐피탈 고객까지 확보, 소매금융 전반의 서비스 제공사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금융 증권계열 인수에 성공한 농협금융도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간의 시너지 창출 전략을 세우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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