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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X파일]설 귀향비용 총 98만4000원...3년전 보다 5.63% 올라
뉴스종합| 2014-01-31 15:01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얼마전 술자리에서 한 지인은 설이 다가올 수록 얄팍한 주머니 사정이 얄밉기만 하다고 하소연 하더군요. 설 귀향비용만 줄 잡아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황금돼지띠 조카한데 입학 선물도 해야 하고, 다른 3명의 조카들에게도 세배돈을 줘야 하는데 모두 챙기자니 가슴이 턱하니 막힐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안주거리로 설 귀향비용을 줄잡아 계산해 봤습니다. 그러니 대략 98만4198원이 나오더군요. 물론 부모님 용돈과 조카들 세배돈은 뺀 금액입니다.

이번 설 차례상을 재래시장에서 준비한다면 대략 20만7298원이 듭니다. 거기에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으로 KTX를 이용하면 교통비만 34만4000원입니다. 지난해엔 주머니 사정이 너무 어려워 고향길에 명절 선물 하나 없이 갔지만, 올해까지 선물하나 없이 가자니 마음이 걸려 이번에는 큰 마음 먹고 한우 갈비세트와 생활용품 하나 준비했다고 합니다. 한우 갈비세트만 34만4000원입니다. 샴푸와 비누 등의 생활용품 세트 하나 사는데도 2만2900원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니 딱 98만4198원이 나오더군요.

2010년 유럽발 금융위기 쓰나미가 어느정도 진정돼 경기회복에 기대감이 불었던 2011년 설과 비교를 해보니 총 귀향비용이 약 5.63% 올랐습니다. 2011년 당시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은 18만7988원(재래시장 기준), 명품 한우세트 33만800원, 생활용품 2만2900원, 귀향 교통비 33만800원 등 총 93만1680원 이었습니다.


총 귀향비용 상승률 5.63%는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5.59%를 약간 웃도는 수순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2.2 였으며, 현재(2013년 12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107.92 입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총 귀향비용 상승률 폭은 이보다 더 큽니다. 지인이 이번 설 선물로 산 ‘엘지4호’ 선물세트의 경우 구성품이 샴푸 200㎖×2(엘라스틴), 린스 200㎖(엘라스틴), 바디워시 180g×2, 치약 95g×4(페리오), 치약 95g×2(죽염), 비누 85g×2(일반비누) 등입니다.

2011년에는 ‘엘지 4호’와 비슷한 가격대의 생활선물세트인 ‘이마트 십장생 학 3호’의 구성품이 삼푸 200㎖×2(엘라스틴), 삼퓨 200㎖×1(리엔. 한방샴푸), 린스 200㎖×2(엘라스틴), 치약 95g×4(페리오), 치약 95g×1(죽염), 비누 90g×3(일반비누), 비누 100g×1(죽염비누) 등이었습니다. 올해엔 샴푸와 린스 대신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디워시 2개로 대체하고, 비누 개수도 2개 줄었을 뿐 아니라 비누 중량도 200g 줄었습니다. 같은 가격대의 생활선물세트라고 해도 구성품은 3년전인 2011년 보다 더 가벼워진 셈입니다.

게다가 주머니 사정은 더 얄팍해졌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이번 설 상여금 지급 규모는 평균 123만2000원 입니다. 3년전인 2011년 135만9000원보다도 적습니다. 물가가 5.59% 오르고, 귀향 비용이 5.63% 올랐지만 설 상여금은 거꾸로 무려 9.35% 줄어든 셈입니다. 설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도 지난 2011년 78.7%에서 올해는 72.3%로 6% 정도 줄었습니다. 지인의 하소연이 ‘우는 시늉’만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헤럴드경제가 2007년 설 당시 이와 비슷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01년과 2007년의 설 총 귀향비용을 비교분석 했습니다. 2007년 당시 4인 가족 기준으로 설 총 귀향비용은 차례상 16만6000원, 명품 한우세트 35만원, 생활용품 1만2900원, 귀향 교통비(KTX 서울~부산 왕복 기준) 30만7200원 등으로 총 83만6100원이었습니다.

앞서 2001년엔 차례상이 10만9000원, 명품 한우세트 23만원, 생활용품 1만2900원, 귀향교통비 18만3600원(새마을호 서울~부산 왕복 기준) 등으로 53만5500원으로 조사됐었습니다.

이를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올해 설 귀향비용은 7년전인 2007년에 비해선 18% 올랐으며, 13년전인 2001년 보다는 무려 83.79% 오른 것입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는 각각 21.87%, 44.30% 올랐습니다. 설 귀향 비용 상승률이 7년전에 비해선 물가상승률보다 낮았지만, 시계를 13년으로 넓혀보면 설 귀향비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배 이상 뛰어 넘은 셈입니다.

세월이 갈수록 명절 분위기가 안나고, 명절이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오는게 엄살만은 아닌 셈입니다. 상여금은 물가 상승률 조차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줄어드는데 반해, 귀향비용은 매년 큰 폭으로 뛰어 오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래저래 힘이 빠지는 힘든 명절입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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