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돈방석에서 가시방석으로 달라진 증권맨의 우울한 ‘설맞이’
뉴스종합| 2014-02-01 10:57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2008년 2월 A증권사의 11년차 영업직원 박모(37ㆍ남) 과장은 연말 성과급으로 2000만원을 받은데 이어 설을 앞두고 기본급의 100%를 ‘떡값’으로 받았다. 2003년부터 거침없이 오르던 코스피지수가 2007년 11월 2085까지 치솟으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금융투자시장이었기에 증권맨들의 보너스 잔치는 예정돼 있었다.

#2014년 1월 B증권사의 16년차 윤모(41ㆍ남) 차장은 증시 불황으로 연말 성과급은 커녕 설 명절 ‘떡값’도 기대하지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진행된 구조조정에서 자리를 지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자조 섞인 웃음만을 내비춘다. 회사가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터라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가운데 증권맨들의 설맞이 풍경이 바뀌고 있다. 말그대로 ‘돈방석’ 설맞이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가시방석’ 설맞이로 바뀌었다.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자리 보전’하는게 보너스=금융투자업계 따르면 기본급을 일정비율로 지급하던 설 상여금은 아예 사라졌다.

일부 대형 증권사만이 30만~40만원 상당의 귀성비를 지급했을 뿐 대부분이 빈손으로 설연휴를 맞고 있다. 현대증권은 설날 귀성비로 사원 30만원, 책임자급(대리이상) 4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보너스 대신 선물세트나 상품권 등을 준비한 증권사도 있다. 미래에셋 증권은 설 선물 겸 창립기념일 선물로 한우세트, 에어워셔, 디지털카메라 중 임직원의 한가지씩 골라서 수령했다. 우리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은 10만원 상당의 상품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KDB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동양증권은 아예 설 선물마저 준비하지 못했다.

금융위기로 출렁거렸던 불과 2~3년전만 해도 귀성비에 경로효친비 등을 지급, 직원들 기살리기에 나섰던 증권사들이 올해는 이마저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C증권사 관계자는 “회사가 인수합병(M&A)매물로 나온 상황에서 설 보너스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며 “지난해 연말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것은 보너스였다”고 말했다.

▶10분의 1로 줄어든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이처럼 증권가의 달라진 설맞이 풍경은 극심한 실적악화에 있다. 코스피 지수가 고공행진을 하던 2007년 4~9월 전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모두 2조5713억원을 기록했으나 6년이 지난 2013년 4~9월 전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516억원으로 10분1로 줄어들었다.

특히 4분기 주식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이 2013년회계연도부터 결산시점을 기존 3월 말에서 12월 말로 바꾸면서 9개월분이 집계된 것을 고려해도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현대증권은 2013회계연도(4∼12월)에 645억8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KDB대우증권과 대신증권도 지난해 각각 360억원, 1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한화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6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SK증권은 4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동양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동양증권은 지난해 각각 2734억원의 영업적자와 31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교보증권은 흑자행진을 이어갔지만 전년도 비해 순익은 급감했다.

이처럼 증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예견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올해들어서도 업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설 이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미 실직상태나 다름없는 직원들도 많아 더욱 우울한 설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gre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