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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업계, 투자처 물색에 고심…국내 M&A 시장은 여전히 협소
뉴스종합| 2014-01-31 13:31
-대박 신화는 옛말. 대ㆍ중소 기업간 상생ㆍM&A 시장 활성화 관건

[헤드경제=이태형기자]#서울대 연구실 벤처로 출발해 LCD인라인 검사장비 등 산업용 초정밀 측정장비 제조업체로 지난 2005년 상장한 에스엔유프리시젼. A창투사는 이 회사가 상장하기 전 16억5000만원을 투자한 뒤 장내매각을 통해 182억원을 회수했다. 단순 이익률만 따지면 1103%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이다.

#B벤처캐피털은 2004년 중국 업체 포커스미디어에 150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포커스미디어는 대형 빌딩 엘리베이터 내 LCD모니터를 설치하고 상업광고를 하는 새로운 개념의 광고를 선보이며 각광을 받았다. 포커스미디어는 2005년 7월 나스닥에 상장했고, B사는 1150만 달러를 회수했다.

지난 10년만 돌아봐도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 VC)의 성공 사례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초기 창업 기업에 투자한 뒤 기업을 성장시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VC업계는 한국 산업의 성장에도 일조하면서 수익성이 큰 분야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경기 침체와 금융투자업계의 불황으로 VC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국내 업계의 구조적 제약은 VC업체들의 손발을 더욱 옭아매고 있어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K-VIC)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1조7000억원을 출자했고, 한국정책금융공사(KoFC)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8000억원을, 국민연금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조1000억원을 출자하는 등 VC시장의 파이는 계속 성장했다.

실제 주요 VC업계 투자자들의 출자로 인해 전체 투자 규모는 2004년 이후 증가흐름을 이어왔다. 그러나 2012년 들어 이미 결성됐던 펀드들이 소진되면서 그 규모가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지난 정부 말기와 시기상으로 겹치기도 한다.

1986년 중소기업창업기업법(중기청) 제정 이후 270여개의 창투사가 설립됐고, 140여개가 소멸되면서 현재 130여개만이 남은 상태다. 창투사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이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떨어져 시장 진입이 보다 용이해졌지만 그 수는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금의 회수(EXIT)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VC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창투사와 같은 VC들이 기업을 성장시킨 뒤 자금 회수를 통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이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급감하는 3번의 고비(데스밸리)를 겪게 되는데, 국내 VC는 주로 벤처기업에서 중소기업을 넘어가는 1차 데스밸리 시점에 투자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순간 대기업과의 하청관계는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매년 감사를 진행하거나 적정 마진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국내 ‘갑-을’ 관계의 현실이다.

향후 성장이 기대됐던 기업이지만 VC는 경영에 제약을 받는 기업에 오래 자금을 묶어둘 수 없다. 그러다보니 회수시점이 빨라질 수 밖에 없고, 보다 높은 수익률은 포기해야 하는 구조이다.

국내 VC의 자금 회수 방법이 보통 기업공개(IPO)를 통한 방식이라면, 최근 VC업계에 관심을 받고 있는 방식은 인수합병(M&A)이다.

지난해 IPO시장도 공모가를 지나치게 낮게 산정하는 등 ‘덤핑’ 공모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공모절차를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VC들로서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반면 M&A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큰 규모의 자금이 움직이기 때문에 투자 수익이 IPO에 비할 바가 안 될 정도로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을 예를 들면 M&A를 통한 회수비중이 금액기준으로 약 70~80%에 이른다. 건수 기준으로는 약 90%를 육박한다. 2012년 공모금액이 160억 달러에 달했던 페이스북의 상장으로 금액기준 50대50의 비중을 보였으나, 건수 기준으로는 여전히 M&A 비중이 90%에 이른다.

이에 반해 국내 VC는 펀드만기가 상대적으로 짧고 투자시점이 늦어 자금 회수 수단이 기업공개(IPO)나 기타회수(상환, 장외매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M&A 회수비중이 매우 낮아 초기투자 활성화와 선순환 구조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김창규 KTB네트워크 상무는 “한국 VC의 자금 회수 유형을 보면 59%가 약정회수, 3자 매각 등으로 수익률이 좋을 수 없는 구조”라며 “초기 창업 기업들에게 기업가정신을 일으킬 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최근 올해 벤처캐피탈 조합결성과 신규투자는 각각 전년대비 약 10% 정도 증가한 1조7000억원과 1조52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자금의 유입과 시장 참여자들의 고민이 결실을 거둬 VC 시장과 금융투자업계에 활력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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