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외인 투자금 올들어 120억달러 썰물…‘弗’ 난 신흥국
뉴스종합| 2014-02-03 11:38
한주간 90억弗 빠져나가
작년 전체 유출액 150억弗 육박

통화가치 추락 · 인플레이션…
성장 모멘텀 상실 우려 고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을 확정하는 등 돈줄 죄기에 속도를 내자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 엑소더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들어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은 120억 달러로, 작년 연간 순유출(15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저버는 2일(현지시간) “미국 Fed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는 통화가치 추락과 외국인 자본의 탈출로 ‘위험’ 단계에 이른 신흥시장 경제를 또다시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Fed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징 포트폴리오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 신흥국 주식시장과 채권펀드에서 총 90억달러(약 92조6480억원)에 이르는 돈이 빠져나갔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자금 이탈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첫째 주에 13억1800만달러였던 유출 규모가 셋째 주에는 24억2900만달러로 확대됐다. 또 지난달 29일까지 마지막 주에는 63억달러로 급증, 2011년 8월 이후 최대 주간 이탈 규모를 기록했다.

그 결과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22억달러(약 13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신흥국 증시의 연간 유출자금이 150억달러(약 16조원)였음을 감안하면 자본 이탈 흐름이 압도적으로 빨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터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에 따른 ‘취약 5개국’(Fragile Five:터키ㆍ브라질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남아공) 경제가 또다시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최근 잇달아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한 것이 투자자들의 미국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통화가치 추락과 인플레의 동시 발생으로 인해 경제 성장 모멘텀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가 브라질의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옵저버는 취약 5개국 경제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09년 이래 글로벌 경제 성장에 20% 가까이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신흥국 엑소더스가 세계 경제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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