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토요일 산행 19년째…희망을 맞잡고 세상을 오르다
뉴스종합| 2014-02-03 11:03
몸이 불편한 아들과 그 아들을 돌보는 아버지. 사랑 없인 불가능한 그들의 산행은 매주 토요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19년째 어김없다. 1995년 7월 17일. 강산이 두 번 바뀔 세월이지만 첫 산행만큼은 잊을 수 없다. 집만 집착하던 열세 살 자폐장애 아들이 진정 세상 밖으로 나온 날이기에. 사단법인 밀알천사 남기철 대표와 자폐아들 범선 씨의 산행은 그렇게 시작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각별해졌다.

그날이 계기가 돼 자폐성 장애우들의 꿈과 희망의 든든한 후견이 된 밀알천사 산행 모임이 시작됐다.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고려해 몇 해 전부터 검단산에서 청계산으로 바꿨다.

이들의 자활치료 산행에는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적게는 30여명, 많게는 60여명이 참여한다. 자폐장애우 하나에 짝꿍(봉사자) 한 사람 1인1조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행렬을 이룬다. 


밀알천사의 주말 산행을 돕겠다는 온정의 손길과 발길도 점점 더 늘고 있다. 남 대표의 친구나 지인들, 특히 교회 식구들이 흔쾌히 합류하고 있다. 변호사, 의사, 자영업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 장애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해엔 삼성전자가 일정 경비를 지원했고 소속 회사원들이 산행까지 나서주는 등 큰 힘을 보탰다. 그들에게 있어 주말 등산은 단순한 힐링이나 걷기 세러피 그 이상의 값진 보배다.

최근 청계산에서 우연히 만나 기자에게 밀알천사 사연을 귀띔해준 남 대표의 후배이자 친구 조남석(60ㆍ케이원건설 대표) 씨. 그도 거의 빠지지 않는 산행 도우미다. “남 대표의 지극정성에 감동받았죠. 산행 때는 편하게 길을 열어주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 분들이 적지 않고, 하산해서 지친 몸을 달래려 식당에 들어서도 따뜻한 눈길을 주고 배려하려는 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적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자폐는 중증 장애로 분류되는 만큼, 온정의 손길이 커질수록 또 많을수록 좋다. 천사와의 산길 동행은 밀알천사(www.miral1004.org)에 신청하면 된다.

황해창 선임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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