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카드업계 ‘잔인한 2月’, 논개론?
뉴스종합| 2014-02-03 10:56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3개 카드사(KB국민ㆍ롯데ㆍNH농협)가 오는 17일부터 3개월간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등 지난달 발생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의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3개사뿐 아니라 카드업계 전역으로 국민적 불신이 확산되면서 당장 수익 급감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실추된 신뢰도를 회복하는데 있어서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 정부가 갖가지 촘촘한 규제안을 내놓고 있어 향후 영업 자율성 면에서도 큰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이달엔 국회 국정조사까지 예정돼 있어 카드사들에겐 ‘잔인한 2월’이 될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3일 “지난달엔 사고 충격으로 패닉 상태였다면 앞으론 그에 따른 현실을 피부로 느껴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업정지 사실상 ‘사형선고’=3개 카드사에 부과된 영업정지 3개월은 사실상 ‘사형 선고’라고 할 만큼 무거운 제재다. 영업정지는 카드사들이 과도한 대출 영업 등으로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2003년 카드 사태 당시 이후 10여년만에 처음이다. 제재 강도 면에서 역대 최고 수위다.

고객이 생명인 금융사가 신규 고객 유치에 손이 묶이고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마저 제한됨에 따라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된다. 더구나 다른 금융사들과 같이 3월까지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비대면 대출 모집이나 영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업정지 해제 이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 영업의 ‘꽃’이라 불리는 대출 모집인 조직이 영업정지 기간 동안 와해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점조직 형태로 네트워크를 갖고 움직이는 대출 모집인이 영업정지 기간에 한 회사에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며 “대출 모집인을 잃게 되면 징계가 풀려도 신규 회원 모집에 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TM 제한’으로 수익 직격탄=카드회사들은 당장 텔레마케팅(TM) 영업 제한으로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텔레마케팅을 통한 KB국민카드의 카드론 취급실적은 전체의 12%인 5500억원이고, 텔레마케팅을 통한 신규회원 모집은 전체의 17%인 15만명이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정부 대책은 소매 금융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파격적인 조치”라며 “고객 정보를 활용한 은행ㆍ카드사 등의 비이자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에 따른 손해배상과 카드 재발급에 따른 비용도 상당한 규모다. 여기에 이달 국회 정무위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각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증인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자료 제출 및 대응으로 추가적인 업무 지장이 예상된다.

▶정보유출 수혜론? 논개론?=이번 사태로 카드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드사의 시장 점유율은 신한카드 21.9%, 삼성카드 14.4%, 국민카드 13.8%, 현대카드 13.5%, 롯데카드 8.1%, 농협카드 7.1% 순이다. 이탈 고객들이 다른 카드사로 이동할 경우 상위권 순위에 변동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업계 2, 4위인 대기업 계열 카드사(삼성, 현대)들이 선두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수혜론도 등장했다.

그러나 아직은 카드업 전체가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논개론’이 우세하다. 구경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의 정보유출로 반사효과가 조금은 기대되지만 확실성이 낮고, 카드시장 전체의 파이가 작아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된다”고 밝혔다.

gil@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