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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젠 비메모리다”
뉴스종합| 2014-02-04 11:23
임형규 · 서광벽 등 삼성맨 잇단 영입
실리콘화일 지분 100%확보 사업재편도


비메모리 시장을 향한 SK하이닉스의 잰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다급한 모습이다. 높은 투자비 부담과 업황 부침이 심한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단점을 하루빨리 보완하기 위해서다.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은 꾸준한 수요확대로 업황 안정성이 높은 데다, 시장 규모도 훨씬 크다.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택한 전략은 삼성맨 영입이다. 삼성전자가 비록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지만, 비메모리 부분에서의 경험도 국내에서는 가장 많다. 그룹 ICT기술ㆍ성장추진 총괄부회장으로 영입한 임형규 전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은 국내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의 ‘대부’격이다. 또 최근 SK하이닉스 미래기술 전략총괄 사장으로 영입한 서광벽 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비메모리 1위 업체인 미국 인텔에서 근무한 경험까지 있다.

실제 사업구조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디지털카메라용 CMOS이미지센서(CIS) 업체 실리콘화일 지분을 100%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CIS 외에도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반도체(PMIC) 등에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구상에 들어갔다.

박성욱 사장도 지난달 초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메모리 외에 비메모리 사업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들어간 단계는 아니지만 비메모리로 진출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SK가 삼성전자조차도 이루지 못한 ‘비메모리 강자’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52.7%)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비메모리반도체 시장까지 합친 전체 반도체 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삼성전자는 인텔(미국)에 이어 점유율 9%로 2위, SK하이닉스는 4%(2013년 점유율 전망치 기준)로 4위로 순위가 떨어진다. 게다가 비메모리 시장은 메모리 시장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핵심 제품인 시스템 반도체만 따져도 메모리 시장의 네 배에 달한다.

현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반도체는 외국산이다. 삼성전자의 간판 스마트폰 ‘갤럭시S4’에 들어가는 모바일 AP조차 미국 퀄컴사가 만든 ‘스냅드래곤 800’을 쓸 정도다. 더욱이 2016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성장 전망은 32%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전망치는 이보다 더 높은 48%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급속한 발달은 비메모리 시장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를 비롯해 전원관리칩, 위치를 알려주는 GPS칩, 터치스크린 통제칩 등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을 책임지는 반도체 15개가 모두 시스템 반도체다.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부침이 심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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