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소치올림픽] 오렌지로 물들인 시상대, 네덜란드의 빙속 최강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2014-02-11 09:17
2014년 러시아 소치의 빙판은 네덜란드 천하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강국이었던 네덜란드가 단거리에서까지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하며 소치동계올림픽 시상대를 온통 오렌지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끝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네덜란드의 미셸 뮬더(69초31)와 얀 스미켄스(69초32), 로날드 뮬더(69초46)가 모두 금ㆍ은ㆍ동메달을 싹쓸이했다.

앞서 8일 남자 5000m에선 스벤 크라머와 얀 블록후이센, 요리트 베르그스마가 1~3위를 차지하며 시상대를 점령했고 여자 3000m에서도 동성애자 선수로 화제를 모은 이레너 뷔스트가 금메달을 땄다. 역대 동계올림픽을 통틀어 한 나라가 스피드스케이팅 두 종목에서 메달을 싹쓸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치올림픽에서 네덜란드가 차지한 7개(금 3ㆍ은 2ㆍ동 2) 메달이 모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역대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네덜란드가 획득한 메달은 총 88개(금 29ㆍ은 31ㆍ동 28)로, 네덜란드가 동계올림픽의 모든 종목을 통틀어 획득한 92개(금 31ㆍ은 33ㆍ동 28) 메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네덜란드가 전통의 강세 종목인 장거리에 이어 단거리까지 영역을 넓히며 얼음판을 지배하자 세계 언론들은 놀라움과 함께 발빠른 분석에 나섰다.

먼저 네덜란드 선수들의 우월한 신체조건이 이유로 제시된다. 영국 에식스대학의 티머시 해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80년 기준으로 네덜란드 남성의 평균 신장은 183㎝로 유럽 최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큰 키와 긴 다리는 동양 선수가 두세 번의 스트로크(다른 발로 밀치면서 한쪽 스케이트로 미끄러지는 것)해서 갈 거리를 한 번의 스트로크로 갈 수 있어 경기력 향상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

여기에 세밀한 기술이 더해지면서 단거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장거리를 달리던 습관과 비슷하게 체격 조건과 힘을 앞세운 투박한 스케이팅을 했으나 이제는 여기에 기술이 접목된 것이다.

네덜란드가 스피드스케이팅의 종주국이라는 사실이 이유로 제기되기도 한다. 스케이팅의 역사는 동물의 뼈를 이용하던 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나무 바닥에 쇠날을 달아 타기 시작한 것은 바로 13세기 네덜란드였다. 1676년에 이미 네덜란드에서는 스케이팅 경주가 행해지고 있었고 1892년 7월 네덜란드의 주도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결성되는 등 네덜란드는 스케이팅에서 종주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런 역사와 전통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스포츠로 꼽힌다. 말 그대로 네덜란드의 국민 스포츠인 것. 전국 곳곳에 존재하는 수로는 겨울에는 훌륭한 빙판으로 변해 천혜의 인프라를 제공하며 국민들이 쉽게 스케이팅과 친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번 500m 경기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셸 뮬더와 로날드 뮬더 쌍둥이 형제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스케이팅을 시작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선수 육성 시스템, 훈련 프로그램 등 체계적인 국가 지원과 선수에 대한 영웅급 대접도 네덜란드가 빙상강국이 된 원동력이다.

캐나다 언론 더글로브앤메일은 “네덜란드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물고기가 수영을 하는 것과 같이 놀랄 일이 전혀 아니다”며 “그들의 오랜 전통과 과학적 훈련이 오늘날의 압도적인 빙상강국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