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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수술해도 꾀꼬리 목소리…흉터 · 합병증 걱정마세요”
라이프| 2014-02-11 11:08
수술중 ‘신경 모니터링’ 손상 예방
치명적인 성대마비 후유증 최소화

입통해 無흉터 미용적으로도 완벽
수술 범위 최소화…회복도 빨라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었어요. 몇 달 전부터 목소리가 갈라지고 쉰 소리가 나서 직장 동료들에게 목소리가 변했다거나 감기에 걸린 게 아니냐는 소리를 자주 들었죠.”

직장여성 박모(33) 씨는 본인이 느끼기에도 목소리가 이상하게 느껴져 고민하던 중, 주변에서 갑상선 검사를 받아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검사 결과 뜻밖에도 갑상선암. 커진 암 종양이 후두신경을 압박해 목소리가 변하게 된 것이었다.

이후 박 씨는 고대 안암병원 갑상선센터 김훈엽 교수(42ㆍ유방내분비외과)에게 로봇 갑상선 절제술을 받았고, 김 교수가 수술 중 실시하는 신경 모니터링 덕분에 후두신경 손상과 같은 합병증 없이 갑상선을 깨끗이 절제할 수 있었으며 목소리도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박 씨는 “목소리가 완전히 돌아오는 데 6개월이 걸렸어요. 혹시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거나 이상하게 변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매우 커서 내가 이러다 정신과에도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 ‘암 같지도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발병하는 암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1기와 2기의 10년 생존율이 99%와 98%에 달해 사실상 생명에는 거의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착한 암’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갑상선암의 권위자인 고대 안암병원 갑상선센터 김훈엽 교수. 그는 로봇 갑상선 절제술 중 실시하는 신경 모니터링으로 후
두신경 손상과 같은 합병증 없이 갑상선을 깨끗이 절제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10여년 전부터 갑상선암이 급증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외국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급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사실 밝혀진 바가 없어요. 여자가 남자보다 약 4배 정도로 많고 발병 연령은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편으로 40ㆍ50대에 주로 발병하는데 10ㆍ20대도 가족력도 없는데 많이 발병합니다”라며 “갑상선암 수술은 주로 목 부위이기 때문에 젊은 여성환자의 경우 아무래도 미용적인 측면을 많이 신경쓰는 편입니다”고 설명했다.

갑상선 수술 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술 후 환자의 음성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후두신경을 보존하는 데 있다. 후두신경은 성대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신경으로 이 신경의 손상으로 인한 성대마비는 갑상선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이고 흔한 합병증이다. 후두신경 중 ‘되돌이 후두신경(후두 속에 있는, 성문을 열고 닫는 근육을 지배하고 있는 신경 )’이 손상되면 쉰 목소리, 연하곤란(씹고 삼키는 능력의 손실 또는 손상으로 먹는 능력이 저하되어 어려움이 있는 상태)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상 후두신경의 외측가지가 손상되면 고음 발성 장애 및 목소리의 피로가 쉽게 찾아오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선생님, 교수, 가수 등 직접적으로 목소리와 관계된 직업군인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경의 기능 여부를 판단하고, 수술 후 신경마비로 인한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신경 모니터링’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의 병원들에서는 성대마비 등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진행성 및 재발성 갑상선암 환자, 중심구역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는 갑상선암 환자, 수술 전 편측 성대마비가 있는 환자 등에서 수술 후 신경 기능 여부를 예측해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데 유효한 검사로 사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갑상선 수술 중 후두신경 모니터링은 근전도가 부착된 튜브를 마취할 때 환자의 기관에 삽관한 이후, 수술 중 집도의가 미세한 전기 자극을 통해 신경을 자극하여 이를 통해 전달되는 신호를 튜브의 근전도로 측정함으로써 신경의 기능 여부 및 성대마비가 없음을 확인하여 목소리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그동안은 수술 중 간헐적으로 신경 모니터링을 실시해왔으나, 최근에는 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지속적인 신경 모니터링이 개발되어 수술 중 후두신경 손상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렸다”고 평가했다.

이 신경 모니터링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결정하고 신기술 개발에 대해 연구하는 약 십여 명의 세계적 석학들로 이루어진 ‘국제 신경모니터링 연구회’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아시아에서는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고대 안암병원 김훈엽 교수가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실제 환자에서 로봇 갑상선 수술 중 지속적인 후두신경 모니터링 방법을 세계 최초로 성공해 국제 연구회를 포함한 세계 유수의 학회에 초청받아 시연을 하기도 했으며, 대만,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신경 모니터링 분야 대가들과 후두신경 손상 동물 모델 실험 등을 공동 연구로 활발히 진행하여 그 결과를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입을 통해 흉터가 전혀 없이 갑상선을 수술할 수 있는 ‘무흉터 경구 갑상선 절제술’을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유두나 겨드랑이가 아닌 입안으로 접근해 갑상선을 절제하여 피부에 흉터가 전혀 남지 않는 새롭고 획기적일 뿐만 아니라 미용적으로 완벽한 수술로 김 교수는 지난 2012년 9월 국내 최초로 무흉터 경구 갑상선 절제술을 시행했다.

이 수술법은 기존의 다른 여러 내시경 및 로봇수술 접근법에 비해 불필요한 수술 범위를 최소화해 통증이 덜하고 회복이 빠를 뿐만 아니라 정교한 수술까지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보다 술기가 훨씬 앞선 술기로 김훈엽 교수가 세계로봇수술학회에서 인정받고 있어 앞으로 무흉터 갑상선 수술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김훈엽 교수는 “흉터를 없애고,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갑상선 절제술의 방법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특히 신경 모니터링의 경우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목소리와 관련된 부분인 만큼 갑상선 수술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인 신경 모니터링을 사용하면 갑상선은 깨끗이 절제하면서도, 후두신경 보존에는 완벽을 기할 수 있는 만큼 갑상선 수술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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