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옐런-라잔 ‘빅뱅’…美-신흥국 통화전쟁 본격화
뉴스종합| 2014-02-12 11:25
옐런 “신흥국 위기, 美에 위협 안돼”
라잔 “통화기구간 공조 무너졌다”
22일 호주 G20재무회의 격론 예고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장이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신흥국 경제 영향을 놓고 ‘대충돌’(빅뱅)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이 본격화될 수록 선진국과 신흥국 간 생존을 건 ‘통화 전쟁’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 Fed의 수장인 재닛 옐런 의장은 “신흥국 위기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마이웨이’를 천명했다. 신흥국 대표주자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가 미국의 통화정책으로 신흥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 선진국과 신흥국 중앙은행 대표의 팽팽한 설전에 시장도 향후 통화전쟁 추이를 숨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은행장 간 첫 격전장은 오는 22일 호주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장이 될 듯하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11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전 의장을 계승해 테이퍼링과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옐런 의장은 최근 신흥국 경제가 ‘테이퍼링 리스크’로 요동치고 있는 점과 관련해 국내 경기 상황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일 경우, Fed가 급격한 테이퍼링을 단행해 신흥시장의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Fed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신흥국 위기 등이 미국의 경제 전망에 심각한 위험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옐런이 신흥국들에 차갑게 등을 돌린 것”이라며 “Fed의 테이퍼링으로 폭격을 맞은 신흥국들에겐 희망이 사라진 셈”이라고 꼬집었다.

신흥국의 대표주자인 인도의 라구람 라잔 총재는 Fed의 통화정책이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라잔 총재는 지난달 30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통화기구 간 공조 체제가 무너졌다”며 “미국은 자국의 통화정책이 다른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염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옐런 의장이 사실상 지휘봉을 잡은 지난달 FOMC 직후 나온 발언이어서 옐런을 겨냥한 직격탄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지난 10년 간 9%대의 높은 성장률을 자랑했던 인도 경제는 4.5%로 반토막나고, 인플레이션율은 9.9%까지 치솟았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종전 7.75%에서 8.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라잔 총재는 오는 22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만약 옐런 의장도 참석 의사를 밝힐 경우 미국의 출구전략과 신흥국 영향을 둘러싼 옐런과 라잔의 불꽃튀는 맞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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