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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숀 화이트 울린 포드라드치코프, '문제아'에서 '스노보드 황제'로
엔터테인먼트| 2014-02-12 14:41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학구파 집안의 문제아에서 스노보드 황제가 된 아들을 부모님은 따뜻한 포옹을 건넸다.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쿠토르 익스트림파크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황제’ 숀 화이트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건 유리 포드라드치코프(26ㆍ스위스)는 집안의 문제아였다.

그의 아버지는 100차례 넘게 인용된 논문을 쓴 이름난 지구물리학자이고 어머니는 수학 박사다.

마찬가지로 학자의 길을 걷는 형은 지난해 아버지와 함께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상을 받았다.

이런 학구파 집안에서 포드라드치코프는 내놓은 자식이었다.

16살에 전업 스노보더가 됐고 불과 2년 뒤 2006년 토리노 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하는 등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부모는 “스포츠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면박만 줬다.

당시 토리노에서 차로 불과 4시간 떨어진 취리히에 살던 부모는 아들을 응원하러 오지도 않았다.

포드라드치코프는 언론과의 각종 인터뷰에서 “대회 성적이 좋아질수록 ‘쓰레기같은 짓은 그만 두라’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늘어나고 있다”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곤 했다.

특유의 자유분방한 성격에서 나오는 갖가지 ‘기행’도 그의 부모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포드라드치코프는 2011년 주유소에서 벌거벗고 기름을 넣는 사진으로 스위스를 발칵 뒤집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삶을 평생 인정하지 않을 것 같던 부모도 금메달 앞에서는 마음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화이트가 1차 시기에서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거나 엉덩방아를 찧는 등 부진한 사이 포드라드치코프는 두 번째 라이딩에서 신기술인 ‘더블 콕(double cork) 1440’을 매끄럽게 성공시키며 1위를 확정지었다.

포드라드치코프가 시상대에서 내려오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가와 끌어안았고 그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기술에 그가 붙인 별명인 ‘욜로 플립(YOLO flip)’은 ‘인생은 한번 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뜻이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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