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사기, 다른 여신심사선 거절 당해
뉴스종합| 2014-02-13 11:44
NS쏘울 등 동일 수법 불구 거절
하나·NH농협·KB국민은행
“여신심사 문제 없다” 주장 의문


수천억원대 대출사기를 벌인 KT ENS 협력업체들이 대출을 받은 17개 금융회사 외 다른 금융회사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와 동시에 하나ㆍNH농협ㆍKB국민은행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금융회사들의 “여신심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대출을 거절한 금융회사들은 여신심사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한 반면 대출을 실행한 금융회사들은 이런 문제점을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거짓매출채권을 만들어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은 중앙티앤씨와 NS쏘울 등 KT ENS 협력업체 7곳은 IBK기업은행ㆍ우리은행ㆍ동부화재 3개 금융회사에 대출을 신청했다.

이들은 이번 사기 수법과 동일하게 허위 외상매출채권을 만들어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기는 SPC 구조화를 통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를 시도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협력업체들은 지난해 말 기업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여신심사과정에서 제출한 서류의 수상한 점이 포착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자산실사 및 외부회계감사 확인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내부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중앙티앤씨는 2009년 외부감사를 받고 2010년과 2011년에는 받지 않았다. 또 매출채권으로 수백건의 대출을 받을 정도라면 계속 매출채권이 발생하거나 감소 폭이 거의 없어야 하지만 중앙티앤씨와 아이지일렉콤의 경우 1년만에 납품액이 20억원 정도 감소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점도 감사보고서에 지적돼 있었다.

앞서 NS쏘울은 2012년 우리은행에 SPC를 통한 구조화 여신을 의뢰했지만 은행은 거절했다. KT ENS가 매출채권에 대한 보증을 해줬지만, KT ENS 1곳과 거래해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구조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제출서류에 문제가 없을 경우 실사를 진행하는데 해당 건의 경우 문서 자체가 의심스러워 실사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고 전했다.

협력업체들은 보험사도 노렸다. 동부화재는 KT ENS 협력업체로부터 대출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이 이뤄진 17개 금융회사 외 한 은행은 협력업체 2곳에 대출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은행 측은 “SPC를 통한 외담대가 아닌 일반대출”이라면서 “여신심사과정 등을 조사한 결과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도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신심사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하던 하나ㆍNH농협ㆍKB국민은행의 주장은 설득력이 더욱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A금융회사의 여신심사에선 문제점이 포착됐는데 B금융회사에선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B사의 여신심사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증거”라면서 “심사 기준 자체가 허술한데 그 기준대로 심사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동일인 여신한도 위반 혐의로 BS저축은행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다음주 중 대출사기 관련 금융회사 특별검사를 마무리하고 징계 및 재발방지책 내놓을 계획이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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