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위크엔드] 재수도 돈있어야…‘1년 재수비용=2년치 대학등록금’
뉴스종합| 2014-02-28 11:06
기숙학원 한달 200만~300만원선
강남 종합학원 한달 수강료만 85만원
8개월동안 평균 1200만원 들어

학원들 부대비용 추가·인상 편법 사용
정부 관리감독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년 재수비용이 ‘대학등록금 2년치’예요.”

한 번의 고배를 마신 고 3 수험생들에게 재수를 결정하는 일은 단순히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재수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시대다. 요즘 재수비용은 연간 2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부모들의 등골은 또 한 번 휜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학부모 서모(47ㆍ여) 씨는 최근 한숨 쉬는 일이 많아졌다. 올해 입시에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고 3 아들이 재수를 하겠다며 기숙학원에 들어가겠다고 한 것.

열의를 보이는 아들이 반가운 것도 잠시. 기숙학원비가 월 200만원이 넘는다는 걸 알고부터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노후를 위해 들어놓은 연금보험을 해지했다. 서 씨는 “매달 목돈이 드는데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적금을 깼다”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대학졸업까지는 뒷바라지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부 학원ㆍ교습소 정보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내에 위치한 기숙형 재수학원은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포함해 한 달 학원비가 200만~300만원 선이다.

남양주시에 위치한 A기숙학원은 수업료가 147만원, 기숙사비가 148만원으로, 한 달에 총 295만원을 받는다.

보통 재수 기간이 3월부터 10월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8개월 동안 2400만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웬만한 대학 5학기 등록금과 맞먹는 액수다.

종합재수학원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 B학원의 경우 한 달 수강료가 85만원이다. 여기에 교재비(22만원)ㆍ급식비(20만원)ㆍ셔틀버스비(6만원)ㆍ모의고사비(1만원) 등을 감안하면 월평균 최소 100만원을 들여야 한다. 주요 과목 특별 강의를 신청할 경우 과목당 10만원이 추가된다. 최소한의 용돈과 차비를 포함하면 월평균 150만원이 넘는 돈이 드는 셈이다. 8개월을 따지면 1200만원이다. 예체능 재수생의 경우 여기에 매달 실기학원비용까지 들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학부모 김모(45ㆍ여) 씨는 “기본 학원비와 수능 후 논술ㆍ면접학원비까지 2000만원은 들 것 같다”며 “대학교 등록금은 정부가 과도한 인상을 제한하지만 재수학원비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교육부는 입시학원 교습비를 분당 80~120원으로 책정해 일정액 이상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학원들이 기타 부대비용을 추가, 인상하는 편법을 쓰고 있어 사실상 재수학원비에 대한 관리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간 120만명의 재수생이 1조원의 비용을 재수 시장에 쏟아붓고 있다.

재수비용이 ‘헉’ 소리 나게 오르면서 새로운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대학 신입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놓고 대학을 고민하듯, 재수생들도 학원별 장학생 혜택을 비교하며 학원을 선택하고 있는 것. 재수학원들이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수험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입시 관련 온라인게시판에는 “A학원은 수업료 면제와 근로장학생 수업료 할인 혜택이 있는데 B학원은 교재비만 무료다. 하지만 수업은 B학원이 더 좋은 것 같다.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글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올해 재수를 하기로 결심한 최모(18) 군은 “공부도 스트레스지만 자꾸 돈을 생각하면서 공부를 해야 해 압박감이 더 크다”면서 “요즘엔 돈 없으면 공부도 못하는 시대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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