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키예프 저격수의 배후는 누구?” 미스테리 확산
뉴스종합| 2014-03-06 09:27
지난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마이단(독립) 광장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 양편에 총탄을 쏴 18~20명을 사망케 한 저격수들이 실은 야권에 의해 고용됐다는 의혹이 담긴 에스토니아 외교장관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간의 전화 통화 내용이 인터넷에 유출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하고 권력을 잡은 야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5일(현지시간) 유투브에 올라 온 음성파일은 우르마스 파엣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캐서린 애슈턴 EU 고위대표와 11분간 나눈 통화 내용이다.

통화에서 파엣 장관은 키예프를 방문한 뒤의 인상을 전하면서, 현지에서 사상자 치료를 담당한 올가 보고몰레츠 의사의 말을 인용해 “경찰, 시위대 양측 모두 같은 저격수들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파엣은 “그녀(보고몰레츠)가 사진 여러장을 보여주면서 의사로서 총탄이 동일한 형태며 동일한 서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며 “새로운 연합정부에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정확히 무슨일이 있었는 지 조사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슈턴 대표에게 “저격수 배후에 야누코비치는 아니라는 것으로 점점 더 이해된다. 새 연합정부의 누군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새 정부가 저격수와 관련해 진상 조사를 꺼려 “새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유로마이단 혁명의 시민사회 대표들이 새 정부를 믿지 않는다. 왜냐면 부패로 더렵혀져 있고 ‘더러운 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음성 파일을 유투브에 올린 ‘마이클 버그먼’이란 아이디의 업로더는 이 녹음이 야누코비치에 충성했던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의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에스토니아의 슐레프 카니크 우크라이나 담당 대사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인 키예프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파엣 장관의 전화 통화 내용을 사실로 확인하면서도, 저격수 배후 세력을 ‘친서방’ 야권으로 결론지어선 안된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야누코비치나 야권이 아닌 ‘제 3자’가 경찰 및 민간인 사살의 책임이 있으며, 당국이 저격수의 정체를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첩보기관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까지 도청 할 능력이 없는 데다 이번 의혹에 관한 최초 보도가 러시아 통신사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제 3자’가 러시아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지난달 마이단 광장 시위 당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야권은 야누코비치 정부가 시위대 진압을 위해 저격수를 고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내무부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5일 현재까지 키예프 시내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모두 99명이라고 밝혔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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