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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 방송 ‘빠꾸미’들 싸게 산 소비자는 “약은 사람“
뉴스종합| 2014-03-13 16:23
“아둔한 사람 몫을 뺏어 약은 사람에게 주는 이용자 침해다”
“최소한 법과 행정이 요구하를 룰을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 무력화되고 사업자들의 행태에 농락당한 것 같은 현실이 안타깝다”
“특별히 영세 제조업자 단말기를 많이 사면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 점 유의해 달라”
“과징금 대신 요금할인 하라는 것 현실성 없어보이는데”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13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말들입니다. 5명의 방송 전문가(이 중 1명은 자칭타칭 통신 전문 관료)들이 모여 조금 더 싸게 팔기 경쟁을 한 통신 3사를 범법자로, 또 싸게 산 소비자는 “약은 사람”으로 성토하기 여념 없었습니다. 방통위 스스로가 근거가 미약하다고 인정했던 27만원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아, 정부의 권위만 “농락당했다”는 고성과 추궁이 회의장 밖에까지 울렸습니다.

이날 공개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그리고 KT 중 ‘누가 더 나쁜 놈’인지 매긴 점수표도 재미있습니다. 더 싸게 판 경우가 59.8%로 가장 많았던 SK텔레콤, 그리고 1, 2월 대란을 선도했던 LG유플러스도 58.7%의 고객에게 더 싸게 팔았다며 높은 벌점을 매겼습니다. 영업정지라는 제재를 가하는 이유가 “아둔한 사람”의 몫을 뺏었기 때문이라 말하면서도, 점수는 ‘아둔한 사람’의 비중이 아닌, 제대로 경쟁해 싸게 판 비중순으로 매긴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라는 부처급 조직을 별도로 두고, 생산자나 판매자가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즉 바가지를 씌우는 것을 막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는 현실과 ’통신 시장’을 주관하는 부처의 시각은 너무나도 다른 것 같습니다.

영업정지에 우는 단말기 제조사 대책도 함께했습니다. “특별히 영세 제조업자 단말기를 많이 구매하면 (다음 번에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위원장이 나서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주셨네요. 국내 스마트폰, 그리고 휴대전화 시장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그리고 미국 아이폰 순임을 감안하면 ‘팬택 단말기를 더 많이 사서 팔라’는 의미로 이해갑니다.

참고로 팬택은 지난해 3분기까지 1조756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2년 실적 기준으로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1563개 사중 148개에 불과합니다. 삼성이나 LG, SK 그룹의 왠만한 계열사에게도 쉽지 않은 수치라는 뜻입니다.

그나마 미래부가 야심차게 띄우고 있는 ‘과징금 대신 요금할인’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이 나왔습니다. “현실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란 개념이 나오기 전에 만들어진 27만원 상한선을 절대 선으로 고수하는 방통위 입장에서는 현행 법 밖의 새로운 조치는 비현실 적인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대고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더 많이 주겠다고 싸우는 통신사가 아닌, 한푼이라도 더 ‘호갱’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말을 돌리는 판매상 등을 단속하라”는 한 업계 관계자의 외침은 들릴리가 만무합니다.

이날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방통위원들은 제 값 다 주고 스마트폰들 사셨는지 궁금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방통위원이라는 품위에 걸맞게 최신 갤럭시 노트3를 쓰신다면 100만원 돈을 일시불, 또는 월 5만원 가까운 돈을 순수 단말기 값으로만 내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통신요금은 통신요금 대로 또 최소 3만4000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매달 내고 있는지 하는 국민의 궁금증입니다. 이날 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을 방통위원들이 모두 지키고 있다면 한 달 1인 통신비는 15만원, 많게는 20만원까지 될 것입니다.

한편 임기가 몇 일 남지 않은 현행 2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대부분 방송 전문가들로 평가받는 분들입니다. KBS 사장이 누가 되는지, 또 종편 채널이 어떤지에는 ‘빠꾸미(전문가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지만, 소비자들이 매달 몇 만원 씩 내고 있는 통신요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우리나라 통신 주파수가 왜이리 들쭉날쭉인지, 그래서 통신요금이 결과적으로 얼마나 더 오르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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