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위크엔드] 경영 쥐락펴락…美 · 유럽선 ‘파워맨’
뉴스종합| 2014-03-14 11:26
글로벌 그룹, 다양한 업종 베테랑들로 구성
日 소극적 기업문화 탈피…영입확대 잇따라
中 국유기업 중심 감시관리·시장화 추진도

글로벌 기업들의 사외이사는 어떨까. ‘거수기’ ‘방패막’으로 불리는 국내와 달리, 사외이사 제도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경영자를 내쫓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지닌 ‘파워맨’이다. 유럽 기업의 별도 사외이사위원회는 정기적으로 투자 계획을 보고받으며, 경영과 관련한 실권을 행사한다. 국유기업이 강한 중국과 폐쇄적 경영 관습이 오래된 일본에선 최근에서야 지배구조의 빗장을 열었다.

▶글로벌기업 다양한 출신으로 구성=엑손모빌, 월마트, 월트디즈니, 애플 등 내로라하는 미국 대기업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많게는 80%가량 된다. 사외이사의 면면도 비관련 업종의 전ㆍ현직 기업인과 학계, 정ㆍ관계 등 다양하다. 정ㆍ관계, 법조계 출신 일색인 우리 기업과는 사뭇 다르다. 


대형 유통기업 월마트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11명 등 모두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들은 전문영역에 따라 감사위원회, 보상 및 지명ㆍ지배구조위원회, 전략수립 및 금융위원회, 기술 및 e-커머스 위원회 등 소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한다.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이 4명이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코카콜라의 더글러스 대프트 전 CEO,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레오 버넷의 린다 울프 전 CEO 등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GE는 전체 이사회 멤버 18명 가운데 75%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은 감사위원회, 이사선임 및 지배구조위원회, 경영개발 및 보수위원회, 공적책임위원회 등 소위원회에 2~3개씩 참여하면서 경영 현안을 챙긴다. 이들은 연 8차례 회의를 열어 경영성과와 사업 전략과 전망에 대해 회의를 한다.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은 새뮤얼 팔미사노 전 IBM 회장, 우르슬라 번스 전 제록스 회장 등 IT, 생활용품, 식품, 보험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인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애플은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을, 월트디즈니는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업자를 각각 영입했다.

미국 기업의 사외이사들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면,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유럽 기업의 사외이사는 경영감독에 활동의 초점을 맞춘다. 독일 BMW와 지멘스에는 20명의 감독이사가 있으며, 근로자 대표도 감독이사회에 참여한다. 핀란드 노키아는 연 9차례 열리는 감독이사회를 통해 전략을 확인하고 사업계획을 승인받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사외이사 비판적 시각 존재=선진국 사외이사는 경영진 스톡옵션도 결정하며 주주가 손해날 무리한 사업 확장을 차단한다. 사외이사 권한이 막강해 경영자가 대규모 투자 단행이 어려워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는 점 등은 단점이다. 이들 나라에서도 사외이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분명 존재한다.

현직 CEO가 다른 기업의 이사회를 겹치기로 참여하는 경우에 대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인력 유출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경영자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스캇 톰슨 전 야후 CEO는 F5네트웍스, 스플렁크 무려 5개의 기업의 사외이사로 겸직했다. 본인 이력은 화려했지만, 정작 톰슨 CEO 재임 중 야후 실적은 하락했다.

멕 휘트먼 휼렛패커드 CEO도 과거 이베이 CEO 재직 당시 프록터앤갬블(P&G)과 드림웍스의 이사를 겸했다. 그는 전용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와 신시내티를 오가며 이사회에 참석했지만, 결국 이베이 주가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일ㆍ중 기업 “투명성 높이자”=일본 기업은 최근 사외이사 영입을 부쩍 늘리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회사 사정은 내부 인사가 가장 잘 안다’는 판단 아래 사외이사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사외이사제가 의무가 아닌 선택인 데다 일본 특유의 기업 문화인 ‘종신고용’ 탓도 크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76년 역사상 첫 사외이사로 경쟁사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부사장 출신인 마크 호건을 전격 임명해 화제가 됐다. 캐논은 검사ㆍ변호사 출신인 사이다 구니타로와 전 국세청장인 가토 하루히코를 선임해 위기관리에 대응한다. 신일본제철은 오는 6월 동일본여객철도 상담역인 오스카 무스타케와 전 주미대사인 후지사키 이치로를 첫 사외이사로 맞는다. 일본 기업의 사외이사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사 중 사외이사를 1인 이상 둔 기업은 지난해 8월 현재 62.3%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7%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올해는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기업들도 국유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영 감시관리와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는 사내이사제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의 국유기업인 헝저우실업투자기업은 최근 사외이사 4명을 두는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했다. 사외이사들은 새로운 기업규정을 만들면서 국유자산의 감시관리 및 기업의 시장화를 추진하고 있다. 칭다오(靑島)맥주는 법률, 금융, 재무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꾸준히 영입해, 사외이사 수를 전체 이사회의 50%까지로 늘렸다. 칭다오 맥주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글로벌 시각에서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활용해 회사의 시장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전략의 과학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서 특파원ㆍ한지숙ㆍ천예선ㆍ문영규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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