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결국은 버려질…명품백에 집착마라
라이프| 2014-03-17 11:48
금속핀, 크리스탈, 레고 블록으로 옛 화가들이 남긴 전통산수화를 ‘디지털 산수’로 재해석해 왔던 황인기(63)가 새로운 작업을 들고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사비나미술관 초대로 개인전을 개막한 황인기는 이번에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 존재와, 그 인간이 만든 문명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타이틀은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시간성을 천착한 다양한 설치작업들이 나왔다.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 존재의 쓸쓸함을 묵직하게 드러낸 작업도 만날 수 있다. 

황인기 작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 variable size, mixed media, 2014.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이번에 황인기는 ‘명품’에 목을 매는 현대인의 속성을 비튼 공간 프로젝트도 시도했다. 대도시에서 3초마다 마주칠 정도로 흔해 ‘3초 백’이라 불리는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캔버스백 40여점을 철제 거치대에 주렁주렁 매단 작품이 그것이다. 명품 백들은 진품인지 ‘짝퉁’인지 알 순 없으나, 흙투성이 상태로 늘어뜨려져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결국 쓰레기처럼 버려질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한국 사회의 소비풍조에 의표를 찌르는 이 작업의 타이틀 또한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이다.

50여 개의 액자 표면에 폐비닐을 부착한 벽면 설치작품도 눈길을 끈다. 앤젤리나 졸리,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현빈 등 최고 인기를 구가 중인 스타들의 사진이 액자마다 꽂혀 있는 이 작업은 그들 또한 시간 앞에선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을 반추케 한다. 4월 18일까지. (02)736-4371.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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