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최근 자금흐름이 실물경제 부진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연구소 김진성 거시분석실장은 “금융이 경기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최근 자금순환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제한적인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활력과 경제심리가 얼마나 위축돼 있었으며, 금융의 기능이 저하돼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순환표는 실물경제 활동을 매개하고 금융시장의 변화를 반영하는 금융거래, 그리고 금융자산과 부채를 종합한 통계이다.
우선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자금잉여가 늘어나고, 기업(비금융 법인기업)의 자금부족은 줄어들었다.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가계는 소득증가에 비해 소비를 늘리지 않았으며, 기업들도 투자지출을 늘리지 않아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크게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계의 자금잉여 규모는 지난해 87조원으로 전년보다 3조6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39조7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0조1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이어 금융자산의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금융부문의 자금공급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3년말 현재 우리나라 총 금융자산은 1경2248조원으로 전년말 대비 5.1% 증가했다. 저성장과 저금리 영향으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금융회사가 국내 비금융부문에 공급한 자금은 161조원으로 전년도 161조6000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대출이 증가했으나 유가증권 매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부문의 자금 공급 규모는 2008년 235조2000억원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금융의 자금중개 기능이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융자산은 단기화되고 있다. 비금융부문의 자금운용은 현금 및 단기예금, 금전신탁을 중심으로 증가했고, 장기저축성 예금과 수익증권 등 장기금융상품은 감소하였다. 연간으로 장기저축성예금이 줄어든 것은 사상 처음이다.
김 실장은 “가계의 늘어난 저축(자금잉여)이 주로 단기금융상품에 유입된 이유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의 상승기대는 낮고, 당면한 저금리 상황과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유자금을 단기운용에 치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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