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씨(33)는 3년 전인 지난 2011년에 귀농해 영주시로 왔다. 첫 해 부모님의 농사를 도와 사과를 수확하고, 전량을 도매시장에 출하했다. 그러나 수익은 커녕 인건비도 나오지 않았다.
다음해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삼바 태풍에 낙과 피해가 컸고, 심지어 나무가 뿌리째 뽑히기도 했다.
기회는 온라인은 통한 직거래 판매에서 왔다. 안그래도 직거래 판매를 해보겠다고 준비해놓은 오픈마켓에 낙과사과를 내놨고, 아내가 배우고 있던 블로그를 통해서도 주문을 받았다. 하루 주문만도 10kg짜리 200박스. 절망적인 자연재해였는데 매출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박 씨는 이제 블로그를 활용한 택배 판매망을 탄탄히 구축해 연 1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성공한 귀농인이 됐다. 앞으로는 주전공인 사과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으로 소득을 올릴 방안을 모색중이다.
그는 “사과즙, 사과식초 등 가공품을 생산 판매할 계획이며 나아가 영주에서 제일가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고 희망”이라고 밝혔다.
해남에서 고추, 고구마 농사를 짓는 손일영씨(38)도 오픈마켓이 귀농을 성공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
손 씨는 좋은 상품이 아니라 못생기고 흠집난 고구마로 못난이라는 상품명을 만들었다. 온라인상에서 못난이를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으니 매출이 금새 늘었다.
또 다른 지역에 비해 인기가 없었던 해남 건고추를 브랜드화해 각종 오픈마켓과 블로그를 통해 우수한 판매실적을 냈다. 손 씨의 연소득은 8000만원 안팎이다.
완도군 곽재철씨(33)는 호주 유학을 마치고 귀농인이 됐다. 벼농사 규모가 무려 9만평에 달한다.
곽 씨는 쌀전업농인 아버지의 가업 승계를 위해 농사를 짓게 됐다. 젊은 나이에 농사에 뛰어든 만큼 대농(大農)이 되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문제는 농지. 벼농사는 농사규모가 작아서는 타산이 안 맞기 때문에 찾아낸 곳이 완도다. 완도는 섬이라 다들 바다에만 바라보고 있었지 농사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논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었다. 곽 씨 역시 박 씨나 손 씨와 같이 발상의 전환이 기회가 된 셈이다.
곽 씨는 앞으로 농지를 추가로 구입할 계획이다. 그는 “10만평 이상의 규모화와 집단화를 이뤄 기업형 농업을 실천하려고 한다”며 “찰쌀보리를 이용한 2모작으로 수익성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 소득은 6000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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