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낡은 정치 청산을 내걸었던 안철수 의원(무소속)의 독자 새 정치 조직이 곧 해산된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위한 수순이긴 하지만 창당을 목전에 두고 새 정치 역풍은 커질대로 커져가고 있다. 의원수가 64배 늘며 물리적 힘은 커졌지만, 안 의원이 추구했던 새 정치가 곳곳에서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식 창당되는 26일 하루 전날인 25일 안 의원측은 중앙운영위원회를 열어 독자 정당을 준비해온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를 공식 해산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새정치추진위원회가 발족된 지 118일 만이다. 가칭으로만 불렸던 당명 새정치연합이 나온 지 37일 만이기도 하다.
이로써 순수 안 의원 조직만으로 만들려고 했던 정당은 끝까지 실체를 드러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지난 120여일간 안 의원이 일으킨 변화는 분명 인정할 부분이 있다는 평가다.
안 의원은 양당 관습에 젖은 정치권에 새 정치 바람을 일으키며 이른바 ‘안풍(安風)’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월등한 지지율을 얻으며 야권 개혁 여론에 힘을 불어 넣기도 했다.
문제는 통합신당으로 올라 탄 새 정치가 작용하는 힘이 커지면서 여기에 맞서는 반작용의 힘 또한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 의원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새 정치는 약속하는 정치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합의했지만, 통합신당 창당일에 다다를수록 무공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무공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영식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은 “무공천 방침에 따른 일선의 고충은 말로 헤아릴 수 없다”며 “무공천과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희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여성공천 30%를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목희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공천폐지로 후보들은 전멸할 것 같다. 희생을 막을 비상한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내 안 의원을 향한 적대 기류가 심상찮다는 점도 안철수식 새 정치에 대한 공세로 풀이된다. 정강정책 초안에 ‘6ㆍ15, 10ㆍ4 선언 같은 민주당 정통 정신이 빠지면서 ‘이것이 새 정치인가’라는 회의감을 품은 의원들이 생겨났다.
한 재선 의원은 “생각했던 새 정치의 본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성식 공동위원장, 윤여준 의장 등 초기 동료들과 소원해지며 가뜩이나 안 의원 측근 세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민주당 의원과의 교감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 정치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 정작 통합신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어간다는 점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갤럽에 따른 조사에서 통합신당 지지율은 발표 초기 31%에서 최근 28%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30%가 붕괴됐다는 점에 시너지 효과가 사라졌다고 평가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통합으로 국민들의 선택지를 줄였다는 측면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 의원은 민주당 권력구도에 함몰되지 않고, 헛점 보인 안보ㆍ외교 등의 정책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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