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새누리당의 ‘화살’이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의 지도부의 공개발언이나 당 논평을 보면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부쩍 줄어든 대신, 안 위원장의 ‘새정치’ 구호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분위기다. 여당의 공격 대상이 민주당에서 안 위원장으로 미묘하게 기울고 있는 셈. 여기에는 야권의 틈을 벌리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는 야권 경기도지사 후보인 김상곤 지사의 ‘무상버스’ 공약을 지적하면서도, 안 위원장을 겨냥 “안 위원장도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한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는 만큼 허언이 아니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익과 국민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 새정치라면 반드시 집어치워야 한다”면서 날선 비판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안 위원장이 당초 내걸었던 ‘새정치’의 기치가 크게 퇴색됐다는 비판에 특히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최 원내대표는 특히 안 위원장을 압박했다. 그는 안 위원장을 가리키면서 “민주당 강경파의 눈치나 살피면서 어떻게 내부에서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입으로는 합리적 중도를 외치면서 우리 안보와 국격, 민생 문제를 논의하자는 (여당의) 만남 제안까지 거부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홍지만 원내대변인의 서명 브리핑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앙당 창당대회를 비판하면서 안 위원장에게만 대국민 사과를 요청했다. 더 이상 ‘새정치’라는 좋은 단어를 오염시키지 말라는 게 그 이유다.
앞서 새누리당 논평도 “안 위원장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공개적으로 묻는다(20일)”, “안 위원장과 민주당은 서로의 정체성부터 확인하라(19일)”, “안 위원장은 ‘새정치비전위’를 내세워 기초선거 공천을 하면서 ‘새정치’ 깃발은 그대로 달겠다는 얕은 수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18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유독 안 위원장을 향해 공세를 높이는 것은 기성정당에 혐오감을 느끼고 안 위원장에게 대안을 바란 세력들을 여권표로 끌어들이기 위한 공략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초 황우여 대표도 비공개회의에서 6ㆍ4 지방선거에서 야권 신당이 깨지지 않을 것을 전제하되, 안 위원장으로 하여금 민주당을 의심케 하라는 ‘점잖은 공론화’ 전략에 무게추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실제로 최근 3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빠진 지지율이 오히려 새누리당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주 연속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5%p나 빠진 반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2%p 가량 올랐다. 그런데 3주 연속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그대로였다. 이에 대해 위즈덤센터 황태순 수석연구위원은 “안 위원장에게 대안을 바란 중도층이 새정치연합을 지지하다가 중도로 빠지는 게 아니라 일부 새누리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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