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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 ‘일당 5억’ 회장님 ‘귀족 노역’…국민들 뿔났다
헤럴드경제| 2014-03-24 11:11
벌금 249억원 등을 내지 않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수배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장 유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당 5억원의 노역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귀족 노역’ 비판이 뒤따른다. 허 전 회장은 법원 판결에 따라 노역장에서의 하루를 일당 5억원으로 계산해 49일간만 노역하면 벌금을 전액 탕감받을 수 있다. 하루 5만원으로 환산되는 보통 사람의 노역에 비교하면 1만배나 되는 이 판결은 벌금형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한다.

벌금형은 다소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굳이 교도소에 가두지 않는 대신 일정 금액을 납부해 죗값을 치르게 하는 형벌이다. 징역형보다는 가벼운 형벌이지만, 경제적 능력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처벌이 될 수도 있다. 하루하루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에게는 ‘차라리 징역이 낫지’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다. 실제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되는 이들은 많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노역장에 유치된 이는 2011년 3만8242건, 2012년 3만9283건으로 매년 4만건 내외에 이른다. 대부분 돈이 없어 생업까지 포기하고 노역장행을 택한 사람들이다. 허 전 회장 역시 노역장행을 택했다. 다만 그는 뉴질랜드로 도피한 기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형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한 것은 49일 만에 ‘249억원 벌이’를 할 수 있다는 점, 노역장에 일거리가 많지 않아 멍하니 시간을 때워도 된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일당 5억원짜리 ‘귀족 노역’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허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지방법원장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허 전 회장에 대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해달라고 구형한 검찰, 허 전 회장 일당을 2억5000만원으로 계산한 1심 법원, 이도 모자라 5억원으로 환산한 항소심 법원의 모습에서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익숙한 말을 다시 떠올렸을 것 같다.

빈자에겐 일당 5만원, 부자에겐 일당 수억원으로 환산할 수 있는 ‘환형유치 환산금 제도’의 문제점이 누차 지적됐음에도 내내 방관하다 뒤늦게 법 개정에 나선 국회의 직무유기 역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환형유치 환산금액을 지나치게 높게 계산하는 것은 거액 경제범죄자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개선 대책은 없는지 아무나 붙잡고 묻고 싶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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