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바쁘면 실수하기 쉽다. 급하면 더 그렇다. 지름길로 알고 남보다 더 빨리 가려다가는 뒤통수 맞기 쉽다. 욕심이 좀 지나쳤다 싶으면 어김없이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 정치 생리다.
지난 24일 한낮.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문자 한 통이 왔다. ‘박영선 의원, 원내대표 적합도 1위’라는 문자였다. 원내대표 선거는 국회의원만 참여한다. 민주당 126명 의원은 5월 새 원내대표를 뽑는 투표를 실시한다. 그런데 ‘적합도 1위’는 누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을까.
선거가 일상인 정치권에서조차 원내대표 선거는 가장 예측이 어려운 선거로 꼽힌다. 상대 원내대표가 누군지, 계파 대표자가 누군지에 따라 갈리고 상임위원장과 간사 배분도 모두 고려대상이다. 처절한 이해(利害)가 오간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나를 찍겠다고 확답한 의원 수가 당 의석 수만큼은 돼야 당선’이란 말도 나온다. 눈앞에선 찍겠다고 했다가 실제로는 다른 후보를 찍는 경우가 많아 나오는 뒷말이다. 그런데 ‘적합도 1위’라니. 확인 결과 조사 대상은 광주시민이었다. ‘호기심 자극용’ 조사란 얘기다.
무리수는 또 있다. 지난 20일 심야, 한 통신사의 통신장애가 불거지자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다음날 “○○통신사의 통신 장애로 119, 112 등 긴급전화가 먹통이 돼 사회적 문제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불편을 초래한 통신사를 질타하고, 어려움을 겪은 시민의 표를 얻고자 하는 ‘구애’였다. 문제는 문 의원이 지적한 ‘119’와 ‘112’는 통신장애 시에도 잘 걸렸다는 점이다. 문 의원실은 “긴급전화는 가능했다”는 내용의 수정자료를 다시 냈다. 문 의원은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가끔은 그닥 바쁘지 않아도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민주당 임수경 의원은 지난 24일 개인정보 보호에 허점이 크다는 점을 비판하며 ‘K은행과 N은행’을 거론했다. 그러나 정작 개인정보가 흘러나간 곳은 ‘K카드와 N카드’였다. 수정 요청이 잇따랐고, 임 의원실도 수정자료를 냈다.
두 의원은 선거 때문에 바빴다지만, 다른 실수는 왜 일어났을까. 아, 잊은 것이 있다. 민주당은 최근 창당 때문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임 의원실은 “창당 작업엔 관여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