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외교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개최 합의의 의미---北에 북핵 대상 한미일 공조 굳건하다는 메시지 보내는 것
뉴스종합| 2014-03-26 10:39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5일(현지시간), 6년만에 개최된 한ㆍ미ㆍ일 3국 정상회담은 핵에 집착하는 북한을 압박하고, 대화에 나서게 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ㆍ실행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걸로 평가된다. 북핵이 동북아 평화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만큼 3국의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고, 북한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인 ‘카드’인 중국의 협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도 합의했다. 무엇보다 3국 정상은 현재 ‘개점 휴업’ 상태인 북핵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성격의 한ㆍ미ㆍ일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를 조속히 추진키로 해 주목된다.

▶북핵 6자회담 재개 前 ‘투 트랙’ 3국 공조로 北 비핵화 유도=오바마 대통령은 3국 공조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두 가지 제안을 했다. 한ㆍ미ㆍ일 6자 회담 수석대표회의와 3국 국방부 차관보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3국 안보토의(DTT)를 가동하자고 한 것. 무조건적인 6자회담 재개를 원하는 중국 등으로 인해 가동되지 않고 있는 북핵 6자회담 재개 전에 북핵관련,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을 위해 가동 가능한 채널을 ‘투트랙’으로 진행하자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전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결속을 외교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공동 군사작전 그리고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통해 어떻게 심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 한ㆍ일 정상도 인식을 같이함에 따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와 DTT가 조만간 개최될 걸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DTT (개최에 대해)명시적으로 합의된 바는 없었으나 회의를 여는 것엔 어려움이 없다”면서 “이르면 다음달쯤에도 열릴 수 있다”고 했다.

3국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개최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한국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외교부 1차관으로 옮겨 수석대표 자리가 공석이라는 실무적인 문제가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수석대표를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면 걸림돌은 사라지게 된다. 외교가에선 “3국 수석대표가 만난다면 한일 관계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국 북핵 공조는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강하게 보내는 목적일 수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3국 수석대표 회의가 곧바로 북핵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진다고 보는 건 현재로선 이른감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북핵을 둘러싼 한ㆍ미ㆍ일의 스탠스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진정성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는 데서 변하지 않고 있는 데다, 북한을 움직일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은 선(先) 조치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그러나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폐막한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동안 한ㆍ중, 미ㆍ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측 방식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그간의 입장에서 다소 진전된 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는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가 이전과 달리 무르익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련한 오바마, 진정성 보이려한 아베=3국 정상회담은 ‘북핵 논의’라는 의제의 진지함 외에 오바마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아베 총리의 발언, 표정 등도 큰 관심거리였다. 회담 성사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여야 했던 건 아베 총리의 삐뚤어진 역사인식 과 우경화 행보 탓이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든 한ㆍ일 정상을 한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노력했던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련했다. 그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은 점이 드러난다. 한ㆍ일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듯 한국과 일본을 지칭할 때 순서를 번갈아가며 적절히 배치했다. 그는 모두 발언 앞부분에선 일본을 한국보다 먼저 언급한 게 두 차례였다. 후반부에선 한국을 일본보다 한 차례 먼저 언급했다. 회담에 참석한 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과정에선 ‘박근혜 대통령님, 아베 수상님’이라고 해 박근혜 대통령을 더 배려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한국말 인사도 주목받았다. 역사왜곡과 군국주의 행보 지속으로 경색될 대로 경색됐던 한ㆍ일 관계를 스스로 풀어보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박 대통령을 쳐다보며 “박근혜 대통령님, 오늘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했다. 한국말을 한 부분은 “오늘 만나서 반갑습니다”로 대체적으로 또박또박 발음을 했다. 22개월만에 진행된 한ㆍ일 정상간 만남은 아주 냉랭하지도, 화기애애하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유도에 따라 아베 총리와 웃으며 악수를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고 회담을 끝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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