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비바, 월드컵(?)’…브라질 금융시장 랠리의 역설
뉴스종합| 2014-04-07 08:22
‘브라질 경제, 비바(vivaㆍ만세) 월드컵(?)’

브라질 시장이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랠리를 펼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 대선을 앞두고 고조된 정정 불안, 치솟는 물가 등 온갖 지표들이 경제에 하방압력을 주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역설적으로 큰 폭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대해 ‘월드컵 특수’라는 분석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매트릭스 경제’란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 곳곳 곡소리=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라질 경제의 ‘매트릭스’가 종말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10월 재선을 노리고 있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앞서 호세프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위한 처방으로 ‘신(新) 매트릭스’ 정책들을 잇달아 내놨다. 저금리, 저환율, 일시적 감세를 통해 성장률을 4%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저금리와 감세 등 신 매트릭스를 떠받치는 주요 축이 삐걱대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2012년 7.2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4월 이후 9차례 연속 인상돼 2일엔 11%로 상향 조정됐다. 현재 5.9%에 달하고 있는 물가인상률이 연내 6.3%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여, 추가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세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997년 국내총생산(GDP)의 27%였던 조세부담률은 2012년 36%까지 올랐다. 이는 인근 남미국가인 칠레(20.8%)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6%)보다도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 성장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브라질 중앙은행이 발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GDP 성장률은 2%로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떨어질 전망이다. 호세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0년만 해도 7.5% 고공 행진했지만 5년 만에 저성장 국면으로 돌아온 것이다.


▶금융시장은 역설 랠리=그러나 브라질 주식ㆍ외환시장은 올들어 동반 약진하고 있다.

브라질 증시 벤치마크인 보베스파 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4일 종가 51081.78을 기록, 최근 15거래일 동안 무려 13.2% 뛰어올랐다. 지난달 14일엔 44965.66에 거래를 마쳐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지만, 보름 만에 지난해 연말 수준으로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헤알화 가치도 상승세(환율 하락)를 보이고 있다.


달러대비 헤알화 가치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 연초까지 곤두박질하면서 2월 3일엔 2.4403헤알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4일 달러당 2.2358헤알까지 치솟아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올 들어 6.8% 상승률이자, 저점 대비 9.15%의 상승률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장에선 ‘역설적 랠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됨에 따라 이뤄진 상승장이 아니라 경제 외적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과 10월 대선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우마니타 인베스티멘토스의 프레데리코 메즈닉 파트너는 로이터 통신에 “(경제)상황이 나빠질수록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호세프 정부가 재선에 패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5일 공개된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Datafolha) 조사 결과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8%로 2월 44%에 비해 6%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호세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실망을 느낀 응답자는 전체의 63%로 1년 전 34%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 일각에선 6월 개최되는 월드컵이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란 낙관론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스포츠이벤트인 월드컵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인파가 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침체된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부풀고 있다. 월드컵뿐 아니라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대적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 건설시장 연간 규모는 2150억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對신평사 ‘힘겨루기’=향후 경제 전망을 놓고 브라질 정부와 국제 신용평가사 간 관측도 엇갈리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24일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 S&P는 성장 둔화, 정부 부채 증가 및 대외지표 악화 등을 강등 이유로 들었다.

이어 S&P는 26일엔 국영 방코 도 브라질 은행과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등 13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S&P의 신용등급 평가가 다른 신평사의 선도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무디스와 피치도 등급 강등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무디스와 피치는 10월 대선 이후 신용등급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무디스는 지난달 31일 보고서에서 월드컵 경제효과가 111억달러에 그쳐 2조2000억달러에 이르는 브라질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자 호세프 대통령도 S&P를 강력 비난하며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에 나섰다.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S&P의)성급한 결정 때문에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브라질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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