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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해외 PF로 제2의 도약 준비… 2018년까지 해외 비중 20% 확대
뉴스종합| 2014-04-07 11:28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올해 환갑을 맞은 KDB산업은행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해외진출을 본격화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한 중장기 비전에서도 해외사업 비중을 2018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했다.

이대현 산은 기획관리부문 부행장은 “정책금융기관의 맏형으로서 시중은행과 부딪치는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내 노하우로 해외시장 개척=사실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PF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 1995년부터 PF를 시행해 온 산은도 해외시장에선 글로벌 IB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PF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산은은 국내 PF의 노하우를 해외시장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산업은행의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점인 싱가폴 PF데스크가 주선한 인도네시아 람풍 해상플랜트

산은은 우선 국내 기업들과 동반 진출로 해외 PF 기회를 모색한다. 특히 최근 해외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단순 도급형이 아닌 시공자 금융주선형이나 투자개발형 비중이 커지고 있어 해외건설협회ㆍ대형건설사와 협력을 통해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또 도로공사나 공항공사 등 공기업이 신흥국에 추진하는 민관협력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실제 산은은 도로공사가 베트남에 건설한 딴번-연짝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금융주선을 하기도 했다.

▶아시아 시장이 주요 타깃=산은은 기업과 동반진출 뿐 아니라 자체 해외 영업망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산은은 동남아시아와 MENA(중동 및 북아프리아) 지역을 전략 지역으로 선정하고, 이들 지역에 대한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프라 개발 수요가 많은 인도네시아와 태국, 필리핀 등이 주요 시장이다. MENA 지역은 국내기업 진출이 활발한 터키와 일부 중동국가가 타깃이다. 앞서 산은은 지난 2011년 싱가포르에 PF데스크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 런던, 아부다비, 워싱턴 등에도 PF데스크를 설치할 계획이다.

해외 PF데스크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발굴하면 그만큼 해외 영업망이 넓어질 것으로 산은은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PF데스크는 설립 2년 만에 호주 항만 민영화 사업과 인도네시아 람풍 해상플랜트 등 총 1억9000만 달러의 금융주선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산은은 또 PF 사업의 업무 고도화를 위해 금융주선 위주에서 금융자문 위주로 전략을 전환하는 한편, 선순위 대출 위주에서 채권 발행이나 후순위채 같은 메자닌 파이낸싱(Mezzanine Financing)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인프라 펀드를 조성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지분을 인수하는 등의 사업 탈출(Exit)을 지원하는가 하면 도로공사 등 공기업들과 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인프라정책펀드를 만들어 이들의 신규 해외인프라사업도 돕고 있다.

▶무보 지원 중단하면 PF 타격 우려=산은의 이같은 해외PF 사업에는 사실 무역보험공사와 같은 수출신용기관의 보증이 필수다. 따라서 무보와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산은은 무보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돼 해외 PF사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방안과 해외건설ㆍ플랜트 수주 선진화 방안 때문이다.

정부는 해외에 진출하는 민간 금융기관에 대한 무보의 지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산은 같은 정책금융기관 여신에 대한 신규 지원을 중단하도록 했다. 따라서 산은은 올해부터 신규 해외 PF를 진행하려면 무보가 아닌 해외 수출신용기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만큼 PF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산은 관계자는 “해외 PF 지원실적 중 시중은행의 비중은 6%에 불과하고, 장기 프로젝트 참여를 꺼리는 은행의 특성상 단기간 내 참여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낮다”며 “금융지원이 필요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산은과 같은 정책금융기관들이 뒷받침해야 하는데, 무보가 보증을 중단해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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