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불법행위 조사 의지가 가장 중요”
뉴스종합| 2014-04-22 11:36
전국단위 선거만 15차례 ‘베테랑’
선관위 최초 현장 금품수수 적발도


“헤럴드경제에서 오셨어요?”

인터뷰 장소에 차를 주차하고 내리니 대뜸 한 중년 남성이 물어왔다. 인터뷰 대상인 오성택 서대문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담당관(55·사진)이었다. 약속시간 보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 그는 이미 주차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 담당관은 “겉모습은 기자 같아서 대충 알아는 봤는데 차유리에 회사이름 스티커가 없더군요”하고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소박한 외모 뒤로 예리한 면모가 드러나는 것은 몸에 벤 경험 탓이었다. 오 담당관은 대선 5회, 총선 5회, 지방선거 5회 등 전국단위 선거만 모두 15회 이상 치를 정도로 선거운동 조사ㆍ단속의 산증인이다. 6ㆍ4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후보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지도담당관이라는 직책은 구ㆍ시ㆍ군 단위에만 있는 것으로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해 예방 및 단속활동을 하는 것이 주 업무다. 현재 50명이 넘는 서대문구 예비후자와 이들을 지원하는 모든 조직이 그 대상이다. 오 담당관은 “우리를 반길 리가 없다. 그래도 캠프 상황을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데 다 비결이 있다”고 귀띔했다.

오 담당관이 말한 비결은 각 후보자 개인별로 맞춤형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오 담당관은 “후보자 인적사항과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각 후보자별 대화 아이템을 발굴한다”고 말했다. 가령 후보자마다 각기 다른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듣는 식이다. 그러다 기습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 의심되는 점을 잡아낸다. 오 담당관은 “반드시 두 명이 가서 한 명은 질문하고 한 명은 관찰한다. 상대방 눈을 똑바로 응시하다 갑자기 담배를 찾는 등 찔끔하는 기미가 보이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담당관의 ‘매의 눈’이 맹활약을 펼친 때는 2010년 지방선거 때였다. 서울 중구청장 후보자가 선거구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려고 한다는 제보를 받고 그는 긴급히 현장을 급습해 총 3100만원어치의 현금다발을 찾아냈다. 이는 선관위 역사상 최초로 직원이 금품수수 현장을 적발한 사례다. 당시 후보자 간 지지율차가 한 자리 수였는데 자칫 부정변수로 결과가 뒤집혔을 수도 있던 상황을 바로잡은 것이다. 해당 후보자는 사법처리 됐고 이듬해 중구청장 재선거가 실시됐다.

오 담당관이 뼛속부터 공무원이란 느낌이 들었던 것은 비단 이 같은 활약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25년간 선거운동을 단속하며 쌓인 그의 철학을 듣고 나서였다. 선거연수원 직무교육강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강의에서 “조사는 의지다. 의지만 있으면 어떤 조사라도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의 의지는 특별하다. 남들보다 2시간 먼저 출근해 하루 일과를 계획한다.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8만6400초”라고 말하는 오 담당관. 시간을 쪼개어 사는 그가 6.4 지방선거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