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 간식 대표선수의 손바뀜이 심해지고 있다. ‘자꾸 자꾸 손이가요~’ 하던 ‘새우깡’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PB(자체브랜드) 스낵류에 추격을 허용하고, 최근엔 1위 자리마저 내줬다. 정(情)의 상징 ‘초코파이’도 새우깡과 같은 수모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유통망과 가격이라는 양대 무기를 장착한 PB의 역습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국민 군것질 시장을 호령했던 롯데제과, 오리온, 농심, 해태 등 제과 빅4의 시장 점유율도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유통채널의 브랜드화가 제과시장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본지가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과자류의 최근 3~4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주요 대표 과자 브랜드의 손바뀜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B 상품의 본격화 시점부터 이같은 현상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스낵류 매출 1위는 새우깡이 아닌 자사PB 상품인 ‘콘소메맛팝콘’으로 조사됐다. 2010년 처음 출시된 ‘콘소메맛팝콘’은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악마의 스낵’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 이 상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대비 115.1%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새우깡 보다 배 가량 더 많이 팔렸다.
세븐일레븐의 경우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12년 12월 당시만 해도 스낵류 베스트 10에는 PB상품 ‘초코별’만이 간신히 이름을 올렸으나, 올 4월 현재 PB 체다치즈맛팝콘을 비롯해 총 5개 상품이 베스트 10을 점령했다.
이같은 현상은 대형마트에서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생감자칩’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베스트 5위는 오리온 포카칩 양파(124g)를 비롯해 오리온 포카칩 오리지널(124g), 농심 수미감자칩 오리지널(85g), 농심 칩포테토 오리지널(125g), 오리온 포카칩 양파(60g0 등이었다.
하지만, 올 1월말 ‘통큰 감자칩’ 출시 이후 사정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1위 자리를 고수하던 오리온 포카칩 양파(124g)는 ’통큰 감자칩‘(130g)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특히 매출 구성비를 보더라도 ‘통큰 감자칩’은 무려 41.7%를 차지해 사실상 생감자칩 시장을 점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PB 상품의 역습은 파이시장에서 절대 강자 노릇을 했던 오리온 초코파이의 위상 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27입/945g)는 ‘통큰 초코파이’가 출시된 지난해 5월 이후 매출 구성비가 42.0%에서 21.6%로 무려 20%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이유진 BGF리테일 스낵식품팀 MD는 “NB(제조업체 브랜드) 스낵을 압도하는 PB스낵이 속속 등장하는 이유는 기존의 무조건 싼 가격에 저품질의 상품이라는 PB상품의 인식을 깨고 차별화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제과업계의 브랜드 파워도 날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A마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매출이 늘어난 곳은 오리온과 농심 두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빅4(롯데제과ㆍ오리온ㆍ농심ㆍ해태)가 과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0년 62.4%에서 올해엔 58.6%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B마트의 경우에도 빅4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2년 67.5%에 달하던 것이 최근엔 65.7%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편의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CU에 따르면 일반 NB가 전체 스낵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79.8%에서 올 3월 현재 68.2%로 무려 11.6%포인트나 떨어진 반면, PB스낵은 20.2%에서 31.8%로 날이 갈수록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에도 지난 2011년 12.8% 수준에 그쳤던 PB 스낵 매출 구성비가 연평균 2% 이상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올 4월 현재 19.6%로 높아졌다. 특히 PB 스낵의 매출 신장률은 지난 2012년에만 71.8%를 한데 이어 지난해 38.9%, 올 들어서도 21.4%로 매년 두 자릿 수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 채널간 경쟁심화와 시장 포화로 인해 유통채널의 PB상품을 통한 브랜드화는 날이 갈수록 심해질 수 뿐이 없다”며 “PB상품의 경우 강력한 유통망과 가격이라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어 기존 시장을 급속하게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도 “최근 주요 제과업체들의 고민은 PB와 같은 기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이냐로 압축되고 있다”며 “제과업체들이 번들 포장에서 낱개포장으로, 그리고 가격저항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화로 방향을 틀려고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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