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러 “자립경제” VS 서방 “에너지안보책”…경제전쟁 승자는?
뉴스종합| 2014-04-23 10:36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유럽연합(EU)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러시아는 자원 무기를 내세운 ‘자립경제’ 카드로 승부수를 띄우며, 버티기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안보대책’ 방패를 짜며 러시아와의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의정연설을 통해 추가 제재를 받을 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파트너가 이 길(경제제재)를 택한다면, 우리는 우리 자원에 의존하는 것 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 그러면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내세운 경제피해 최소화 방안은 ▷가스 선불제 도입과 공급망 다변화 ▷외환시장에 복수통화시스템 도입 ▷중소기업 지원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드미트리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가스 부채와 관련해 “파트너들이 단기간에 갚을 것 같지 않다. 선불제를 쓸 수 밖에 없다”며 선불제 도입 의향을 밝혔다. 또 “(갚을 테니 기다려달라는 말은) 순전히 허세다. 그러는 동안 22억달러 부채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드미트리 총리는 또한 “일부 국내산업이 해외에서 공급에 의존하고 있는데,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할 것이다”며 “서방 등 외국기업과의 협력을 거부하지 않는 게 아니라 비우호적 단계에 대비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6월에 중소기업 지원기금 14억달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루블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기업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1차 제재가 발표된 다음 외국자금, 외국산제품과 기술, 해외시장 의존도를 낮출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 날 2023년 8월과 2019년 5월을 만기로 하는 루블화 채권을 발행해 각각 100억 루블을 차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채권이자율은 2023년 만기채가 22일 17베이시스포인트(1bp=0.01%) 상승한 9.19%에 달했다. 반대로 채권가치가 떨어졌다는 소리다.

하지만 ‘자립경제’는 자칫 ‘경제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모스크바에 있는 자문회사 매크로애드바이서리의 크리스 위퍼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국내경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은 합당하지만, 고립을 야기한다면 재앙이 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자립경제’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러시아가 이미 경제제재로부터 고통받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은행 VEB는 내주 24억5000만달러 상환 시점이 돌아왔지만 19개 외국대출기관이 차환을 꺼려, 중국은행에 손을 내밀고 있으며 일단 러시아 중앙은행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 러시아가 외화부채는 6240억달러로 이 가운데 5500억달러는 기업과 은행 빚이다. 2년전보다 20% 불어난 액수다. 위퍼는 “기업과 은행들이 국내 차환만으로 갚지 못할 것”이라며, 완전한 자립경제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해외 제조사들도 발을 빼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는 러시아 트럭제조사 ZIL과 밴 합작계획을 루블화 약세와 소비심리 위축을 이유로 보류했다.

올 들어 외화유출은 700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치를 넘어섰다. 루블화 가치는 9% 하락했고, 이로 인해 수입물가가 올라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거의 7% 뛰었다. 러시아는 식품ㆍ의약품 부문에서만 수입 비중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감소한데 이어 2 분기에도 연속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jsha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