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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가끔은 하늘을 보자…
뉴스종합| 2014-04-30 11:23
세월호참사 무거움 여전 하지만
소중한 가족과 교외 찾으며 힐링
파주·부여 등 아울렛매출 90%
도심 백화점 1%대 증가와 대조

향초·아로마·수면안대 많이 찾고
‘공감대화법’등 서적도 꾸준한 인기

대한민국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5분에 멈췄다. 사람들은 세월호 침몰 이후 ‘집단 우울증’에 빠졌다.

하지만 계절의 시계는 여지없고 꽃은 만발이다. 삶은 삶이다. 넋을 잃고 앉아만 있을 수도 없다. ‘산 자’와 ‘떠나간 자’의 길도 다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도심을 벗어나 우울함을 달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집단 우울증’에 도심속 매장들이 소비 부진에 허덕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교외형 아울렛은 매출이 오히려 크게 늘었다.

실제 도심속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세월호 참사 이전(6.5% 신장)과 이후 (1.8% 신장)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이천, 파주, 부여 등 교외형 아울렛은 매출이 무려 91.9% 늘었다. 특히 수면과 관련된 홈패션 상품군은 120% 이상 신장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 증가로 식당가 매출도 97.1% 증가했다.

이충열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점장은 “세월호 참사 이전 고객들이 밝은 분위기 였다면 지금은 조용히 쇼핑하며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는 고객이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점차 마음의 안정감을 찾으려 애쓰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종훈 이마트 마케팅 팀장은 “보통 4월말~5월초가 되면 가정의 달 행사, 여행ㆍ캠핑 등 수요가 활발하지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면서 소비 성향 자체도 휴식을 취하는 상품들을 찾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바꾼 소비행태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심리 치료 관련 서적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형마트 서점 코너가 특히 그렇다.

이마트에선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씨의 심리 치유 에세이집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갤리온)가 지난달 성인서적 매출 순위가 84위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12위까지 뛰어 올랐다.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을 다룬 에세이집 ‘행복비타민’(다연) 역시 95위에서 37위로 수직 상승했다.

롯데마트에서도 ‘마음을 열어주는 공감 대화법’(시그널북스)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매출이 33.3% 늘었으며, ‘괜찮아 잘 될거야’(책이있는마을)는 50% 신장했다. 어학, 여행, 임신출산 안내서적 등이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하는 대형마트 서점 코너에선 이례적인 현상이다.

세월호 참사로 잃어버린 ‘잠’을 찾으려는 수요도 커졌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가 하면, 대형마트 등에선 수면관련 용품 판매고가 부쩍 올랐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여객선 참사 여파로 우울증을 동반한 불면증 등 수면장애 환자들이 늘었다”면서 “불면증은 2주이상 지속되면 만성 학습 불면증으로 진단되기 때문에, 초기 2주가 되기 전에 원인과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마트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 17일부터 현재(28일 기준)까지 수면안대는 전달에 비해 무려 79%, 라텍스 베개 등 침구류는 67% 매출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매출이 1.9%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편의점에선 소주와 와인, 맥주 등 주류를 비롯해 여행용품 소비가 감소했다. 반면, 극도의 우울함을 흡연으로 달래려는 이들이 늘면서 담배 매출은 오히려 0.9% 소폭 증가했고 술 자리를 피하고 일찍 귀가하면서 안정 상비의약품과 도시락이 각각 2.4%, 13.0%나 더 팔렸다.

최근 들어 정신병원을 내원하면서까지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병철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PTSD 클리닉 교수는 이와관련 “2년전 배 사고로 동생을 잃고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상태가 호전 됐다가 이번 세월호 사고 뉴스를 접하고 불안증세가 다시 생겨 내원한 경우도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면서 느끼는 우울이나 불안한 마음은 정상적인 감정반응이지만 사고와 관련된 생각에 몰입되어 너무 고통스럽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태열·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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