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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 금방 다녀온다더니...적응 못한 물속에서...
헤럴드경제| 2014-05-07 11:21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세월호 침몰 구조 속도에 대한 촉구가 높아지면서 ‘제2의 한주호 준위’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했건만 결국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21일째인 지난 6일 실종자 수색을 하던 민간잠수사 이광욱(53)씨가 안타깝게도 희생됐다.

베테랑 잠수사인 이씨는 이날 오전 6시 7분 물속에 들어간 뒤 5분 만에 통신이 끊어졌다. 동료에 의해 20여분 만에 물 위로 끌어올려졌지만 끝내 세상을 뒤로했다. 이씨는 “내 아들도 고등학교 2학년인데…”라며 현장에 달려왔다고 한다. 자신의 모친에게도 “금방 다녀오겠다”고 연락을 하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세월호 실종자 수색과 관련, 기존 잠수사들의 피로도가 심해지자 최근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추가 모집한 민간잠수사다. 잠수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잠수사로 활동했다.

이씨의 죽음으로 구조작업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기존 잠수사 인력의 피로도가 심한 상황에서 이 씨를 적응과정 없이 대체인력으로 투입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민간잠수사들의 열악한 지원 환경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동료의 도움으로 물 밖으로 나왔지만 위독한 이씨에게 절실한 의료진은 바지선에 없었다.

현재 잠수사들이 머무는 바지선에는 감압 체임버와 간단한 구호조치를 할 수 있는 응급구조사 외에는 의료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과 해경 등은 구조작업에 투입된 뒤 각 함정에서 대기하며 의료진에게 건강상태 점검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간잠수사들은 바지선에서 계속 생활하기 때문에 긴급상황이나 피로 누적으로 인한 건강 악화 시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긴급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민간잠수사에 대한 의료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희생자 수색에 투입되는 민간잠수사들은 잠수 전 기본적인 건강 진단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의 잠수사들이 구조작업 후 함정으로 돌아와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가며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고 발생 후 3주가 지나고 있지만 구조현장 최일선에서 탈진과 잠수병에 시달리는 민간잠수사들에 대한 지원은 기대에 못 미친다.

대책본부는 이날 잠수사 1명의 희생이 있고 나서야 바지선에 의료진 투입을 결정했다. 사고 발생 이후 계속 지적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조처다. 지금까지 세월호 구조현장에서 잠수병이나 탈진으로 치료받은 잠수사는 벌써 10명이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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