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데이터랩] 빚중독에 빠진 亞…성장모델 위기
뉴스종합| 2014-05-13 11:25
값싼 달러 차입 기적적인 성장
10여년 신용거래 ‘황금시대’

글로벌 수출감소 · 차입비용 증가
위기 극복 새 성장동력 찾기 시급



아시아 경제가 ‘빚 중독’에 빠져 휘청이고 있다. 지난 십여년 간 아시아의 황금시대를 구가케 했던 ‘신용거래(credit)’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저성장 시대, 부채 의존에서 탈피한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지 못하면 아시아호(號)는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십년 넘게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온 아시아 경제가 글로벌 수출 감소 여파로 둔화되기 시작하고, 전 세계적으로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신용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성장모델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아시아 경제는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무차별 양적완화(QE) 정책에 편승, 값싼 달러를 차입해 ‘기적’으로 불릴 만큼 눈부신 성장을 일궜다.

지난 10년 간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의 평균소득은 곱절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평균소득은 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 11%에서 지난해 21%로 늘어나며 아시아 성장을 견인했다.

이에 힘입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아시아 빈곤층 인구도 절반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는 화려한 과거에 비해 초라해진 경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다이와 증권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GDP 증가율은 2010년 9.2%에서 지난해 5.2%로 주저앉았다. IMF는 아시아 경제가 올해와 내년 각각 5.4%, 5.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두자릿수에 가까운 성장을 거듭했던 예전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이는 그동안 아시아의 성장을 떠받치던 정부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와 선진국의 초저금리 기조가 모두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시아의 전통적 성장엔진이었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급감, 아시아 경제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HSBC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GDP에서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를 간신히 넘는 데 그쳤다. 14%를 기록한 2005년 이래 8년 새 반토막이 된 것이다.

여기에 초저금리 시대도 저물고 있는 중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에 따른 낮은 차입비용 덕에 아시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에도 큰 타격 없이 순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올 1월부터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축소)에 착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제로 수준(0~0.25%)의 기준금리를 인상할 시점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0.25%와 0.5%로 동결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도 내년이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막대한 빚을 기반으로 경기를 부양해온 아시아 경제는 ‘신용의 역풍’을 맞게 됐다. 금리 인상에 따라 차입비용이 증가한 반면, 저성장ㆍ저수출로 빚을 갚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융자를 대거 늘려온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은 결국 자승자박에 놓인 꼴이 됐다. 당시 이미 가계부채 규모가 컸던 한국이나 대만의 차입 규모도 가파르게 상승해 문제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에 직면한 아시아 국가들이 빚 중독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새로운 경제개발 모델을 찾고 구조적 개혁을 이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UBS의 던컨 울드리지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는 이제 성장은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고성장에는 한참 못 미치는 자기만의 불황에 직면한 것”이라면서 “광범위한 개혁만이 상황을 반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간의 브루스 캐스먼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10년 간 경험한 성장률을 반복하기 어렵다”면서 “이에 적응해 신용에 고도로 의존하는 성장 모델을 끊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