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위크엔드] 키치, 그들만의 문화서 만인의 코드로…대중화 바람
헤럴드경제| 2014-05-16 11:14

캐주얼게임서 MMORPG까지 능수능란
‘애들이나 하는 게임’ 편견 벗어나 스스럼없이 즐겨
음악 등 모바일콘텐츠시장 큰손으로


[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모(72ㆍ여) 씨는 일흔이 넘어서 인터넷 검색법과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웠다. 헷갈리고 어려워 손자ㆍ손녀에게 여러번 되묻기가 여러번 이었지만 지금은 모바일 메신저는 물론이고 간단한 게임까지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대학생 손녀에겐 카톡으로 커피 선물을 해주곤 한다. 이모티콘을 쓰면 문자를 길게 쓰게 않아도 되니까 생각보다 쉽다”면서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도 배우고 나니 젊은이들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전모(45) 씨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함께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은근슬쩍 새로 나온 게임이 무엇인지 물어보며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아들 때문에 게임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 씨가 더 적극적이다. 그는 “예전에는 게임은 무조건 안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취미삼아 해보니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돼 요즘에는 커뮤니티 활동까지 한다”고 전했다.

LTE(롱텀에볼루션)급 고성능 스마트폰은 더 이상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ㆍ장년은 물론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이들이 즐기는 문화 또한 한층 다양해졌다. 게임, 웹툰, 음악콘텐츠 등 IT 관련 취미가 더 이상 중ㆍ장년층에게 ‘가까이 하기에 먼 당신’이 아닌 셈이다. 과거 ‘유치해서 젊은이들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소위 ‘키치 문화’를 스스럼없이 함께 즐기는 이른바 꽃중년, 꽃할배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캐주얼게임부터 MMORPG까지, 게임하는 꽃중년=‘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조작이 간단한 퍼즐, 슈팅 게임 등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스포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까지 중장년층 유저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넥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바일 RPG를 표방한 ‘영웅의 군단’은 그래픽과 전략ㆍ전투의 재미 요소 등으로 10ㆍ20대보다 중장년층 이상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영웅의 군단’ 공식카페를 분석해보면 30~40대 이상의 유저 비중이 약 45%에 달한다. 중장년층은 퍼즐, 슈팅, 고스톱 등 단순한 캐주얼 장르의 게임에 치중되어 있다는 편견을 깨는 결과다. 다소 복잡한 구성의 게임들도 중장년층 유저가 증가 추세다. 넥슨이 서비스하고 넵튠이 개발한 모바일 시뮬레이션게임 ‘넥슨 프로야구마스터2014’ 역시 선수 라인업을 짜고 경기의 흐름에 따라 적절한 작전을 지시하는 등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30~40대 이상의 중장년층 유저 비중이 44.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조어 ‘린저씨’의 탄생?=게임하는 중장년층이 늘면서 아예 이들을 타깃으로 게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내놓는 게임사들도 있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린저씨(리니지를 이용하는 아저씨의 줄임말)’ 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30대 이상의 유저가 많은 게임이다. 리니지 게임을 적극적으로 하는 유저 연령 분포를 보면 30~40대 이상이 50%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손쉬운 조작법을 앞세워 모바일에서도 리니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리니지 헤이스트’를 지난 3월 출시했다. 리니지 헤이스트가 출시되자 모바일에서도 게임을 즐기기 위해 40대 린저씨들은 리니지 커뮤니티에 헤이스트를 즐길 수 있는 최신형 휴대전화 기종을 질문하는 등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또 “아내에게 게임을 하기 위해 고장나지도 않은 스마트폰을 바꿔야겠다고 말하면 이해해줄까”라며 각종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장년 여성 게임 유저들도 증가세=조작이 쉽고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운 게임들을 위주로 중장년층 이상의 여성 유저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CJ넷바블의 모바일 게임 ‘모두의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마구마구2014’ 등은 모두 30대 이상의 이용자 비율이 50%가 넘는다. 단순 비교 시, 남성 유저의 비율이 여성 유저보다 여전히 많지만, 증가 추세를 따지면 여성 유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CJ넷마블 관계자는 “아기자기하고 조작이 쉬운 캐주얼 게임들은 여성들이 접근해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종류의 게임이 출시되면서 주부 등 중장년층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 경제권을 쥐고 있는 중장년층 여성들은 게임과 유관한 캐릭터 등 아이템 구입에도 적극적이며, 손자나 손녀를 키우면서 인기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까지 관심의 폭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음악 즐기는 꽃중년=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착용하고 자신이 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중장년층도 쉽게 볼 수 있다. 노년층도 스마트폰을 통해 좋아하는 드라마나 뉴스를 챙겨보는 세태다. 콘텐츠 구매력이 높은 30∼50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모바일 콘텐츠 시장 역시 전연령대를 아우르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특히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대신 인터넷 연결을 통해 음원이나 영상을 실시간 재생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장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 KT뮤직의 ‘지니’, CJ E&M의 ‘엠넷닷컴’, 네오위즈인터넷의 ‘벅스뮤직’ 등을 이용하는 세대의 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음악콘텐츠 사이트 멜론의 5월 인기곡 20위권 내에는 아이돌 노래 외에도 가수 이선희, 백지영 등의 발라드곡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멜론 관계자는 “음원 이용에 있어 40대 이상이 20%이상을 차지하는 등 과거보다 모바일로 음악을 즐기고 있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유진기자 hyjgog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