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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 증권가 구조조정으로 닭고기株가 뜬다고?
뉴스종합| 2014-05-17 22:28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개별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하루에 쏟아내는 기업분석 보고서(이하 리포트)는 수백개에 이릅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업종별, 종목별로 발간하는 리포트는 투자자와 펀드매니저, 기자들에게 증시 흐름을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쓰입니다. 그런 리포트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육계 종목, 일명 닭고기주에 대한 리포트입니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6월 개막되는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닭고기주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 본문에 적시하지 않은 투자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연말부터 진행 중인 증권사 구조조정 이슈입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7월 130여명의 직원을 삼성전자, 삼성카드 등 계열사로 전환배치하는 형태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데 이어 최근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결과 약 300여명선에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전체직원 2700명의 11% 수준입니다


합병 이슈가 걸려 있는 우리투자증권은 300~400명 선, NH농협증권은 110명 선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투자증권은 14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고, NH농협증권은 15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6년 만에 구조조정에 나선 하나대투증권은 3년 이상 근속한 부부장 이상급과 7년 미만 차장 이하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145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습니다.

동양증권은 대만 유안타증권에 매각되기에 앞서 선제적인 구조조정 일환으로 올해초 650명의 희망퇴직을 받았고, 지난해 12월에는 임원수도 40명에서 18명으로 55% 줄였습니다.

한화투자증권도 연초 희망퇴직을 받아 350명을 구조조정했습니다. 자연감소분까지 고려하면 임직원 수는 1600명에서 1200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을 통해 50명 가량이 구조조정됐고, SK증권은 비슷한 시기 지점 축소 없이 희망퇴직을 받아 200명 가량이 퇴직했습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구조조정을 통해 100여명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증권사 구조조정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증권사의 구조조정은 최근 증권 시장의 침체에서 비롯된 바가 큽니다.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2012년부터 2년 연속 감소하면서 증권사 실적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주식시장 총 거래대금은 1437조원으로 전년 대비 16.7%나 줄었습니다. 2년 전 2260조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36.4% 급감했습니다.

브로커리지로 수익을 올리던 증권사의 실적은 곤두박질 치면서 지난해 국내 증권사 62곳 중 45%인 28곳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증권사 전체 실적도 1098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회계연도 기준으로 증권사들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2년 이후 11년 만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증권사의 몸집 줄이기는 이미 지점 축소에서 시작됐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말 1856개 이르던 국내 증권사 지점은 2012년 1674개, 2013년 1534개로 매년 줄어들었습니다.

증권사들이 희망퇴직을 받는 것도 지점 축소에 더해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적자 경영 구조를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증시 침체로 인해 증권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2000여명의 증권업계 종사자들이 희망퇴직으로 여의도를 떠날 예정입니다. 은행, 보험 등 금융권 전반으로 넓히면 5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능력이 탁월하거나 운이 좋은 이들은 새 직장을 찾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동네 치킨전문점 창업이 그나마 만만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닭고기 회사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고, 주가는 올라갈 것이라는 자조 섞인 분석(?)이 증권맨들로부터 나옵니다. 이미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여의도에 부는 동장군의 칼바람이 한시라도 빨리 잠잠해지길 바랍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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