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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라이프] '피케티 열풍’ 몰고온 바로 그 책!
라이프| 2014-05-22 11:01
“‘21세기 자본’의 선구적인 저자이자 프랑스 경제학자인 토마스 피케티<사진>가 하버드 교수진들과 투자매니저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강의실에 들어섰던 어제, 포브스의 400대 부자들도 열광했을 것이다.”

미국 서점가와 경제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피케티 신드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지난달 기사 중 한 대목이다.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토마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Capital int the Twenty-First Century)이 미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돼 5만권이 팔렸으며, 지난 2월 미국에서 출간된 영어 번역본은 두 달만에 전자책을 포함해 10만권 이상이 독자와 만났다. 하버드대출판사는 추가로 20만권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선 지난 18일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아마존에서는 20일 현재 4위를 기록중이다. 불어판 970쪽, 영어판 696쪽으로 방대한 분량의 경제학 이론서가 이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이례적이다.

학계의 찬사도 잇따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불평등에 대한 훌륭하고 압도적인 고찰”이며 “올해 뿐 아니라 아마도 우리 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고, 워싱턴 포스트의 경제 칼럼니스트 스티븐 펄스타인은 “최근의 경제학자들을 지배해온 이론적이며 수학적인 모델에 대한 경제사(연구)의 승리”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토마스 피케티 교수가 1789년 정초된 프랑스 인권선언 1조 중 ‘사회적 차별은 오로지 공공 이익에 근거할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는 문구를 첫 머리에서 인용하며 소개한 ‘21세기 자본’은 불평등에 대한 역사적인 분석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는 18세기 이후 200여년간 주요 국가의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자본수익률이 성장률을 앞질렀다. 이 말은 이자, 배당금, 이윤, 임대수익 등 자본으로 인한 수입이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격차가 선진자본주의 국가가 될수록 더 확대가 된다는 것이 피케티의 결론이다. 그는 자본을 소유한 자들에게 부가 더욱 더 집중되는 체제를 일러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라고 칭하며 이들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현상도 강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그 대안으로 소득 상위 1%에게 8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누진세와 이를 기초로 한 ‘글로벌 부유세’를 제시했다.

피케티 교수의 책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빗대 ‘21세기의 자본론’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사적 자본이 축적되는 동학이 필연적으로 극소수에 의한 부의독점을 가져온다는 19세기 마르크스의 예견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성장과 경쟁, 기술혁신의 균형이 불평등을 줄이고 계급간의 조화를 더 많이 달성할 것이라는 20세기 사이먼 쿠즈네츠의 이론이 맞는 것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전통적인 좌-우파 경제학의 견해로부터 거리를 뒀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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