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강은영이 우화같은 조각에 담은 운명의 굴레
라이프| 2014-06-09 08:35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소년과 곰은 한 몸이다. 소년은 눈이 없다.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1770~1843)은 “신들의 말은 눈짓이다”라고 했다. 눈은 순수의 창이다. 눈을 잃었다는 것은 순수를 잃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가혹한 운명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오이디푸스도 제 눈을 찔러 스스로 맹인이 된 후 방랑의 길을 떠난다.

타인의 눈에 보이는 곰이 눈 없는 소년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운명에 굴복한 소년은 그 운명을 힘겹게 짊어진 채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모순이다.

강은영 작가의 ‘곰 소년(Bear boy)는 인간의 삶에 공존하는 모순을 한 편의 ‘우화’로 이야기하고 있다.

Bear boy, ceramic, 40x40x50cm, 2014 [사진 제공=갤러리도스]

삶은 죽음 옆에, 기쁨은 슬픔 옆에, 사랑은 미움 옆에…. 모순되는 것들은 전혀 다른 지점이 아닌 같은 공간 속에서 뒤엉켜 서로를 끌어당긴다. 이항대립하는 것은 실은 단단하게 연결돼 서로를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는 셈이다. 운명처럼…. 전시는 10일까지 팔판동 갤러리도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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