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통큰 양보’의 이면
뉴스종합| 2014-06-09 10:27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여야가 손을 잡으라고 명령한 것이죠”

박빙 승부의 최종 승자가 된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민들의 시선에 ‘맨날 싸우기만 하는’ 여야가 손을 잡겠다니, 그것도 승자가 먼저 내민 손인만큼 기대가 크다. 남 지사는 사회통합 부지사 등 도내 ‘넘버2’자리 2~3개를 새정치민주연합 측에 제안해 둔 상태다.

같은 당 원희룡 제주지사는 경쟁자였던 새정치연합 신구범 후보에 인수위원장 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파격이다. 선거라는 ‘승자 독식’ 구조에서 당내 경쟁자가 아닌, 상대당 인사에게 인수위원장 직을 제안한 것은 드문 사례다. ‘미담’적 요소도 있다. 패자에 내미는 손인 탓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얘기도 ‘정치권’의 이야기라면 좀 더 깊이 봐야 한다.

우선 경지지사 부터보자. 지난 4일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회 의석 구성은 ‘여소야대’다. 전체 128석(비례 12석 포함) 가운데 새정치연합 의석수는 78석인데 반해 새누리당은 50석을 거뒀다. 지방정부 수장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도 의회는 새정치연합이 장악한 것이다.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특별자치도의원 10명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은 4명이다. 원 지사가 압도적 득표(60%가량)로 당선됐지만, 도의회 과반 장악엔 실패한 것이다.

이와 비교되는 것이 부산시장 직이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이날 오전 한 인터뷰에서 ‘야권과 함께할 생각은 없으시냐’는 질의에 “선거 후 오거돈 후보를 보기는 했다”면서도 구체적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부산시의회는 새누리당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여대야소 의회가 부산시의회다. 지방정부와 의회를 새누리당이 모두 차지하면서, 야당에 손 내밀 이유가 없는 것이다.

광역의회를 차지하지 못한 광역단체장은 ‘식물 수장’이 되기 일쑤다. 대표 사례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2010년 말 오 전 시장은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와 무상급식 조례 등을 가지고 ‘전쟁’을 벌였다. 사사건건 충돌이었다. 정치권에선 오 전 시장이 시장직을 주민투표에 걸었던 이유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시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도 여전하다. 더불어 지자체 운영엔 지방 의회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남 지사와 원 지사의 ‘정치적 실험’을 폄훼해선 안된다. 정치란 국민들이 평안하게 잘먹고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통큰 양보’의 배경 중엔 ‘의회 과반’에 실패한 광역단체장의 불가피한 선택이란 측면이 있다는 점도 함께 주지돼야 한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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