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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돋는 희망 새싹
뉴스종합| 2014-06-13 11:05
모처럼 정치가 ‘즐거움’을 줍니다. 매우 의미 있는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서너 명의 여야 정치인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우선, 새누리당 쪽입니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 둘 모두 국민들에게 아주 낯익은 정치인입니다. 남 당선자는 5선, 원 당선자는 3선이니까요. 관록상 분명 여당 중진들인데도 일찍 정치에 발을 들여놓아선지 만년 소장파로 분류됐던 이들입니다. 게다가 둘 다 아담한 체구에 소년풍의 외모까지 지녔으니 본의 아니게 적잖이 억울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내공은 그리 만만찮았습니다. 어느 한 곳에 확 달라붙어 줄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 당론이 잘못되면 곧바로 곧은 목소리를 내며 아슬아슬하게 위험수위를 넘나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점, 알만한 이들은 잘 알 겁니다.

지금 이들의 이름이 나란히 정치검색어 상위에 자리합니다. 화제의 인물이 된 겁니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자말자 꺼내 든 야당과의 연정카드가 단연 토픽입니다. 선거 때 앞뒤 안 가리고 쏟아낸 공약 하나쯤으로 여겼는데 당장 제일먼저 실천하고 나섰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놀라운 순발력입니다.

정작 더 놀란 것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을 놓고 정권심판을 내걸었다가 본전도 못 찾은 새정치민주연합입니다. 순간적으로 허를 찔렸으니까요. 정치쇼라느니 야당 분열획책이라느니 험구를 내놓지만 속내는 복잡합니다. 받자니 자존심 상하고 안 받자니 여론이 두려운 처지입니다.

다행히 분위기가 좋습니다. 남 당선자는 부지사 자리를 새정치연합측에 건넸습니다. 그리고 연정을 위한 협의체를 꾸리고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제주 쪽도 일단 순항입니다. 원 당선자를 상대로 선전을 펼친 라이벌이자 정치적 대선배인 새정치연합의 신구범 전 지사가 진정성이 있다며 화답한 겁니다. 원 당선자는 신 낙선자에게 ‘새 도정위원장’이란 막중한 직책을 권했습니다. 정치상식으로 보면 매우 충격입니다. 

(왼쪽부터)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 김부겸 새정치연합 전 최고위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또 있습니다. 이번에 대구시장 선거에서 선전하고도 아깝게 패한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입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야당정치인이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대구·경북지역에서 40% 득표는 기적입니다. 그런 그가 남·원 두 당선자의 연정 정치에 대해 첫 마디로 “대한민국이 한단계 도약한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다운 언급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병인 영·호남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며 지난 총선에서도 나섰다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그입니다. 여기에 개의치않고 “삼세판”을 외치는 모습에서 결기가 느껴집니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두 사람 더 있습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입니다. 최근에 둘 다 당 대표직에 올랐지만 협조가 돈독해 보입니다. 이 대표가 엊그제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자 박 대표가 활짝 웃으며 악수로 격려하는 모습이 앵글에 잡혔습니다. 보기 좋은 풍경입니다. 화답으로 이 대표도 박 대표에게 그러했을 거라 짐작합니다.

앞서 박 대표는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 야당의 동행을 주도적으로 성사시키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소통정치를 이끌기 위함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런 일은 현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입니다. 때마다 청와대가 요청했지만 번번이 손사래 쳤던 야당입니다.

박 대표는 또 기회가 되면 야당 출신이 (북한에)대통령 특사로 갈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더러 야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해줄 것도 부탁했습니다. 국정의 한 축으로서 협조할 것은 개운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것을 두고 돋보이는 자세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얘기는 듣고 또 들어도 기분 좋습니다. 우리 정치에도 이런 희망의 샘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정치적 거래입니다. 부디 연정에 성공해 좋은 결실을 맺고 또 대통령도 동행 야당도 허심탄회한 대화로 국정난맥에 숨통을 터주길 바랍니다. 거듭 박수를 보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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