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방사성물질 ‘라돈’이 실내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무색ㆍ무취로 인지가 불가능한데다, 1급 발암물질로 그 농도가 조금만 높아도 인체, 특히 폐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전국 주택 5가구 중 1가구는 라돈 권고기준 ‘초과’=작년 1월 발표된 ‘전국 주택 라돈 조사결과’는 정부가 주택 내 라돈의 심각성에 대해 내놓은 가장 최근 자료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2011~2012년 간 겨울철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상 주택 총 7885호 중 1752호(22.2%)의 실내 라돈 농도가 환경부의 다중이용시설 권고기준 148베크렐을 초과했다.
주택 유형별 실내 라돈 농도는 단독주택이 권고기준을 33% 초과해 가장 높았다. 연립ㆍ다세대주택 14.4%, 아파트 5.9% 순으로 나타났다.
라돈은 토양, 건축자재 등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수 차례 붕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호흡으로 체내에 들어간 라돈은 방사선을 계속 배출한다. 이는 폐의 조직세포를 공격해 변형된 암 세포를 생성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라돈농도가 세제곱미터 당 148베크렐인 집에서 생활하면 흡연자 1000명 중 62명 꼴로 폐암에 걸린다.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도 1000명 당 7명정도다.
▶라돈 유입 경로는=라돈은 주로 토양에서 유입된다. 가령 땅 온도가 낮고 실내 기온이 높을 경우 토양 속 라돈이 온도차에 의해 실내로 들어올 확률이 높아진다. 지면과 맞닿은 노후한 단독주택의 벽 틈새 등으로 라돈이 들어올 가능성이 큰 이유다.
하지만 토양과 상관없이 라돈농도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라돈 발생 조건을 갖춘 건축자재를 사용했을 때다. 지면과 거리가 있는 고층 아파트에도 고농도 라돈이 검출될 수 있는 이유다.
서수연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은 “라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토양이나 암석(화강암 등)으로 제작된 자재를 쓸 경우 실내 라돈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석고보드다. 2010년 국립환경과학원이 국내 유통 중인 석고보드 17종의 라돈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인산비료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인산부산석고’(석고보드의 종류) 내 라듐 농도가 상당히 높았다. 라듐 농도와 라돈 방출량의 상관성은 강하다. 석고보드를 잘못 쓰면 실내라돈 농도가 높아질 수 있는 것.
▶저감법, 없을까=근원을 차단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최근 환경부 등은 건축물이 있는 토양에 라돈가스 배출관을 심어 실내 라돈농도를 낮출 방법을 고안 중이다. 서 연구원은 “작년에 관련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구체적인 보급방법을 가다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 집의 라돈 농도를 측정하는 건 실내라돈 저감의 첫발이 될 수 있다.
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라돈 노출에 취약한 단독주택이나 연립ㆍ다세대 1층, 반지하 등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내 라돈 농도를 무료로 측정해주고 저감 컨설팅을 제공 중이다. 단, 신청자가 폭주해 올해 신청서를 작성해도 내년에나 진단이 가능하다.
대신 민간업체의 라돈 측정기를 대여해 쓸 수도 있다. 대여료는 1주일 기준 평균 4만원 선이다.
서 연구원은 “민간의 라돈 측정기를 대여할 땐 해당 대여 업체가 지자체 등록 등 걸맞은 장비와 인력을 갖춘 곳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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