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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꺾어라!” 시민 수만명 새벽부터 길거리 응원
뉴스종합| 2014-06-18 09:21
[헤럴드경제=사건팀]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 18일 전국 곳곳에 마련된 응원장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길거리응원이 펼쳐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 삼성역 사거리와 광화문광장에는 시민들이 응원도구를 들고 새벽부터 응원에 나섰다.

붉은 옷을 입고 야광 뿔 머리띠와 붉은 비닐봉투를 머리에 쓴 시민은 주최 측의 응원에 호응해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했다.

▶시민 수만명 새벽부터 나와 응원=응원단은 전날 밤부터 일찌감치 열띤 거리 응원전을 펼쳤다. 날이 밝으면서 인근 주점과 찜질방 등에서 밤을 새운 시민이 삼삼오오 합류했다. 경기 시작 직전에는 삼성역 사거리에 대형 스크린 앞에 마련된 무대에는 인기가수들이 차례로 올라가 응원단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 응원장에는 오전 8시 기준 7000명(주최측 추정 1만2000명)의 응원객이, 영동대로에는 5000여명이 몰린 것으로 추산됐다.

‘선제골에 웃고, 동점골에 울고.’ 함성과 탄식이 오고간 90분이었다. 2014브라질월드컵 대한민국의 첫 경기 러시아전이 열린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많은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승리를 응원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회사로 출근하는 손모(32) 씨는 “원래 집에서 오전 7시에 나오는데 거리에서 보려고 6시20분에 나왔다”면서 “전반전은 영동대로 응원장서 보고 후반전은 회사 들어가서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일원동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박모(12) 양은 “새벽 1시에 응원장에 왔다. 오늘은 학교가는 것보다 축구대표팀 응원이 더 중요해서 오빠, 엄마와 같이 왔다”고 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한국에 입국해 광화문 광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중국인 관광객 옌쯔청(24) 씨는 “마침 여행 기간 중에 한국팀 경기가 열리는 걸 알고 좋아했다”면서 “중국은 이번에 월드컵 출전 못해서 응원 못하는데 대신 한국에서 한국대표팀을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시작 직전에는 인파에 밀려 응원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도로 반대편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응원하는 시민도 있었다.


경기가 시작한 뒤 후반 23분 한국의 이근호가 골을 먼저 넣자 서울 광화문 광장과 영동대로에 모인 시민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손뼉을 치며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6분만에 러시아의 만회골이 터지자 응원장에서는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이내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이 이어졌다.

▶‘월드컵 특수’ 노점상=월드컵 특수를 노린 노점상들도 경기 전날 밤부터 일찌감치 광화문 일대 등에 자리를 잡고 붉은색 티셔츠와 야광뿔 등 응원도구와 김밥, 치킨, 물 등 판매에 열을 올렸다.

영동대로에서 붉은 티셔츠를 판매한 한 상인은 “어제 밤늦게부터 와서 팔기 시작했다. 티셔츠 300장 가져왔는데 경기 시작 전까지 70장 팔았다”면서 “나팔이랑 묶어서 1만원에 파는데 싸게 달라는 손님들이 많아 어쩔수 없이 7800원에 팔았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붉은 티셔츠와 응원도구 판매하는 김모(29) 씨는 “어제 자정부터 자리를 잡고 밤을 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때 친구들과 서울광장 주변에서 티셔츠 팔았는데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면서 “돈 벌어보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다. 이렇게 장사하는 것도 월드컵을 즐기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근 편의점은 아예 음료 등을 가게 앞에 쌓아두고 직원 3∼4명이 가게 앞에 나와 별도의 계산대를 마련해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각 응원지에는 부스나 테이블을 설치하고 자사 제품을 홍보하며 월드컵 응원에 동참한 한 음료 업체들도 눈에 띄었다.

응원을 온 시민 김모(30) 씨는 “길거리 응원에서 응원 도구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음료 업체들이 지나치게 자사 제품 광고에 이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응원객들의 자발적인 뒷정리=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마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한국팀의 두번째 경기의 승리를 기원하는 함성을 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최 측이 나눠준 응원용 쓰레기 봉투는 경기 종료 후 주변의 쓰레기를 담는 데 사용됐다. 거리응원을 펼쳤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주변의 쓰레기를 봉투에 담고 치우는 모습이었다.


이날 월드컵 축제 분위기에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잊지 말자는 시민의 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응원장 곳곳에선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노란색 문구가 쓰인 나비 리본 모양 응원도구가 등장했다.

응원장 주변을 경비한 경찰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가 영향을 미치면서 붉은 티셔츠 차림으로 응원에 나선 시민의 수가 예전 월드컵때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각 응원지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응원 인파로 적지 않은 시민이 통행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평소 수원에서 청담동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는 김모(48) 씨는 “영동대로 일부가 통제된다는 소식을 듣고 지하철로 왔다”면서 “원래 오전 9시까지 출근인데 오늘은 오전 10시로 늦춰졌다. 경기를 끝까지 본 후 출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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