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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월드컵] 낡은 함대…티키타카 몰락
엔터테인먼트| 2014-06-19 11:37
FIFA 랭킹 1위이자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단 두 경기만에 탈락을 확정지었다.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 등 세 번의 메이저대회를 석권했던 게 무색할 지경이다.

스페인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칠레에 0-2로 패배했다. 앞서 지난 14일 1차전에서는 네덜란드에 1-5로 대패했다. 불운도 아니다. 네덜란드과 칠레를 상대로 공격과 수비, 조직력 등 전력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기대 이하의 수준을 노출했다.

스페인의 몰락은 곧 ‘티키타카’의 몰락이다. 2007년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던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이 체격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이 전술은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극도로 끌어올려 상대에게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앞세워 스페인은 유로 2008에서 정상에 오르며 전성기를 열었다. 아라고네스 감독의 뒤를 이어 2008년 부임한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도 이를 계승,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012까지 제패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쟁 팀들이 이를 갈며 차곡차곡 업그레이드 해온 파해책을 너무나 간과했다.

앞서 스페인이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하고,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무관에 그친 것은 티키타카 붕괴의 대표적인 전조였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이케르 카시야스 등 이른 바 ‘황금세대’가 저무는 시점에서도 세대교체보다 현상유지를 고집한 선수 기용도 패인이다. 티키타카를 펼치면서 수비시에는 상대 못지 않은 전면 압박을 유지해야 상대 역습을 차단할 수 있는데, 노장들의 느린 발과 떨어진 체력으로는 빠른 수비 전환과 압박을 수행할 수 없었다. 디에고 코스타, 다비드 실바, 페드로 로드리게스 등은 상대가 속공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반대로 번번이 속공에 당해 실점했다.

더욱 근원적인 원인은 해이해진 정신력에서 찾을 수 있다. 변화를 거부하고 ‘만년일등’의 망상에 사로잡힌 교만이 무적함대의 침몰을 불렀다. 스페인의 중원 지휘관 사비 알론소는 “체력적으로는 적절한 상태에 도달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이 대회를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스페인의 무기력한 경기 원인이 ‘정신력’에 있다고 자인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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