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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월드컵] 조국을 침몰시킨 악동들
엔터테인먼트| 2014-06-20 07:24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지나치게 흥분한 경우 선수들은 종종 평정심을 잃은 행동을 보이곤 한다. 이로 인해 급기야 어처구니 없는 반칙을 저질러 퇴장을 당하기도 한다.

서로가 팽팽하게 맞서는 경기에서 퇴장은 돌발 변수로 작용한다. 퇴장으로 인해 승부의 추가 어느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지기 쉽다. 특히나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 단기전에서 퇴장은 더욱 치명적이다.


▶퇴장과 함께 조국을 침몰시킨 악동들= 유독 이번 대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기행으로 퇴장당한 사례가 많다. 1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레나 아마조니아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카메룬과 크로아티아의 2차전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알렉상드르 송(27ㆍ바르셀로나)은 크로아티아의 마리오 만주키치(28ㆍ바이에른 뮌헨)와 함께 달리던 중 갑자기 만주키치의 등을 팔꿈치로 가격한다. 주심은 바로 알렉상드르 송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고 송은 그라운드를 떠나야했다. 송의 퇴장으로 카메룬은 크로아티아에게 4-0으로 대패했다. 송의 기행에 그의 삼촌인 리고베르 송의 ‘반칙왕’내력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리고베르 송(38)은 1994년 미국월드컵과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는데 두 대회에서 모두 퇴장을 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17일 독일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도 퇴장이 나왔다. 포르투갈의 수비수 페페(31ㆍ레알 마드리드)가 토마스 뮐러(25ㆍ바이에른 뮌헨)와 볼 경합 과정 중 손으로 뮐러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후 쓰러진 뮐러에게 다가가 머리를 들이박는 기행을 보이며 퇴장을 당했다. ‘깡페페’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았던 어이없는 퇴장이었다. 잦은 기행으로 유명한 잉글랜드의 축구 선수 조이 바튼(31ㆍQPR)도 그의 어이없는 퇴장에 ’월드클래스급 광기‘라며 ‘경의(?)’를 표했다. 페페의 퇴장으로 포르투갈은 4회 연속 월드컵 퇴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하석주(46)라는 이름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 1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왼발의 달인’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기가 막힌 프리킥 골로 대한민국 팀 최초의 선제골을 기록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골을 넣고 너무 신이 났던 하석주는 멕시코의 라몬 라미네스에게 백태클을 하면서 퇴장을 당한다. 하석주의 퇴장 이후 한국은 멕시코에게 내리 세 골을 내주며 3-1로 경기에서 패배한다. 이때부터 ‘왼발의 달인’이라는 별명 대신 ‘하나 넣고 석점 주다’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혀지기도 했다. 하석주는 이 퇴장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은 뒤 곧바로 퇴장당한 선수들이 가입되는 가린샤 클럽의 2번째 회원이 됐다.


▶아직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아직은 조용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악동 선수들이 있다. 이탈리아의 마리오 발로텔리 (23ㆍAC밀란)와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대표적인 악동들이다. 실력만큼 기행을 일삼는 것으로 유명한 발로텔리는 지난 15일 잉글랜드와의 D조 1차전에서 후반 5분 결승골을 터트리는 활약을 펼쳤다. 아직까지 조용한 발로텔리지만 언제라도 특이한 기행으로 주목을 받을지 모른다.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체코와의 경기에서도 발로텔리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얌전히 라커룸으로 향하던 발로텔리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변의 기물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는 장면을 보이기도 했다.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도 아직까지는 조용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역시도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에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2006년 독일 월드컵 포르투갈과 잉글랜드의 8강전 경기. 후반 17분 웨인 루니가 포르투갈의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와 볼을 다투던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루니는 카르발류의 가랑이 사이를 밟는 반칙을 했고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루니의 퇴장 덕분에 잉글랜드는 포르투갈에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잉글랜드가 2패로 탈락이 유력해 마지막 3차전에선 마음껏 악동짓을 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거친 녀석들’=한국 대표팀에도 넘치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끔 거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이 있다. 이청용(26ㆍ볼튼)은 FC서울 시절 거친 플레이로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렸다. K리그 경기 중 상대 선수를 향해 고의적인 ‘이단옆차기’를 날리기도 했고 데이비드 베컴(39)이 속한 LA갤럭시와의 친선 경기에서도 베컴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기성용(25ㆍ선덜랜드) 역시도 한국 대표팀을 대표하는 터프가이다. 거칠기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에서 선수 생활을 했을 때도 그 명성을 인정받았을 정도다.

이들 모두 지금은 예전의 모습은 꾹꾹 눌러두고 비교적 얌전한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표팀이 위기에 처한 순간에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한국팀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손수용 기자/feelgo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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