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2014 월드컵] 꾸준함 세계 최강은 독일…‘16강에서 보기 싫어’
엔터테인먼트| 2014-06-20 09:27
“축구는 간단하다. 22명이 공을 쫓아가 90분 내내 뛰어다니지만,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Football is a simple game. 22 men chase a ball for 90 minutes and at the end, the Germans always win)”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잉글랜드 공격수 게리 리네커(Gary Lineker)가 남겨 세계 축구계에 회자된 말이다.

역대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횟수는 3번이다. 독일보다 우승컵을 더 많은 들어 올린 국가로는 브라질(5회)과 이탈리아(4회)가 있지만, 결승에 오르기 전까지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단연 독일이다.

지금까지 개최된 총 20회 월드컵을 통틀어 독일이 4강 이내에 진입한 횟수는 무려 12번으로 브라질(10회)과 이탈리아(8회)보다 많다. 또한 독일이 결승전에 오른 횟수는 7차례로 브라질과 같다. 특히 조별리그 성적은 그야말로 ‘깡패’에 가깝다. 지난 17일 포르투갈과 벌인 경기를 포함해 독일의 최근 6번 월드컵 조별예선 성적은 14승 4무 1패로 무적 수준이다. 리네카의 탄식은 화려하진 않지만 좀처럼 지지 않는 축구를 구사하는 독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2002년 한일월드컵 결승전 당시 브라질을 상대하기 위해 올라온 팀이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과 함께 ‘녹슨 전차’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독일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한국 조2위 16강 진출하면 독일 만난다= 4년에 한 번씩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대한민국은 수학에 빠져 든다. 조별 리그 경기가 하나둘씩 치러질 때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따지는 경우의 수를 헤아리는 손길이 바빠진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을 노리고 있다. H조에 속한 한국은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다면 다음 달 2일 G조 2위 팀과,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다면 다음 달 1일 G조 1위 팀과 8강 진출을 두고 일전을 벌이게 된다. 많은 국민들이 현실적인 팀 전력 상 한국이 벨기에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러한 결과가 현실화될 경우 ‘원정 8강’이란 목표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현재 G조 1위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은 독일이기 때문이다.

▶ ‘원정 8강’ 지름길은 조1위 16강 진출= 한국과 독일은 월드컵에서 두 번 만났고, 두 경기 모두 국민들의 머릿속에 유쾌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한국은 독일을 만나 2-3으로 패배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과 만난 한국은 0-1로 석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독일과 ‘리벤지 매치’를 기대하는 국민들도 많지만 소나기를 피하는 것 또한 전략이다. 만약 한국이 조1위로 16강에 오르면 상대는 미국, 가나, 포르투갈 중 한 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누구도 만만치 않지만 독일보다 껄끄럽지 않은 상대임은 분명하다. 총력을 펼쳐 조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것이 ‘원정 8강’의 현실적인 지름길인 셈이다. 오는 23일(한국시간) 한국이 알제리와 벌이는 조별리그 H조 2차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전차 군단’ 독일도 앞에만 서면 유난히 작아지는 상대가 있다. 독일은 지금까지 월드컵과 유로 등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 번도 이탈리아에 승리한 일이 없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독일은 이탈리아와 4강전에서 만나 3-4로 패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양 팀은 결승전에서 만났고 우승은 3-1 이탈리아의 몫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독일은 4강전에서 이탈리아를 만나 0-2로 대패하는 약한 모습을 보였고,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벌인 결승전에서 우승하며 독일의 안방에서 잔치를 벌였다. 절치부심한 독일은 2년 후 2012 유로 4강전에서 이탈리아를 만났지만, 역시나 결승 티켓은 이탈리아의 몫이었다. 이런 결과가 오랜 세월 반복되다보니 이탈리아는 ‘독일 킬러’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누구에게나 천적은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