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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 최대 敵은 ‘햇살론’(서민금융상품)?
뉴스종합| 2014-06-20 11:10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이 서민금융기관들의 ‘관계형 금융’ 영업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햇살론은 저소득ㆍ저신용 서민들을 위한 무담보 신용대출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이 대출하면 정부가 일정 부분 보증하는 상품이다. 정부가 서민들의 금융 소외를 막고 서민금융을 활성화하려고 이런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했지만, 오히려 서민과 서민금융기관의 정부 의존도를 높여 서민금융 발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KDI 포커스에 게재한 ‘보증비율 차등화를 통한 햇살론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햇살론을 통한 관계형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형 금융이란 지속적인 거래와 현장 탐방을 통해 얻은 비재무적 정보를 활용해 담보여력이 부족한 영세소상공인 등에게 여신을 공급해주는 금융 형태를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서민금융시장의 회복을 위해 서민금융기관의 관계형 금융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햇살론의 1회 평균 대출금액은 847만원으로, 대출 한도인 1000만원에 육박했다. 또 특정 대출자에 대한 햇살론의 공급 횟수도 1회가 83.7%를 차지했고, 2회 13.8%, 3회 이상 2.4% 등의 순이었다. 금융사들이 대출할 때 차주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한도까지 해 관계형 영업을 위한 차주의 정보를 쌓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민금융기관이 고객과 스킨십 없이 햇살론을 취급하자 햇살론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햇살론의 사고율은 13.5%로, 다른 서민 금융상품인 미소금융(6.8%)과 새희망홀씨(3%)보다 높다.

이처럼 햇살론이 다른 서민금융상품에 비해 관계형 금융이 힘든 것은 높은 보증비율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햇살론을 대출하면 신용보증재단이 90%가량 보증을 하는 탓에 취급 금융회사들은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객들을 찾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 연구위원은 “햇살론을 통해 서민금융기관들의 관계형 영업을 강화하려면 보증재단의 보증비율을 낮춰 금융사들의 사후 관리를 유인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대출 횟수와 금액에 따라 보증비율을 차등화해 단계식 대출을 하도록 유도하면 차주가 추가 대출을 받으려고 상환하는데 노력하게 되면서 사고율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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