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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취약지역 서비스 큰 보람느껴”
뉴스종합| 2014-06-25 11:50
토지등 지역법률문제 발로뛰며 해결
홍보 부족에 상담주민 적어 아쉬움


25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이동찬(41) 변호사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서울대 사범대 지리교육학과를 졸업하고는 ‘교육제도와 교육법’에 관심있어 로스쿨에 들어갔다. 변호사가 됐지만 9월부터는 다시 서울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교육법학자가 되겠다는 그에게는 오히려 변호사가 부수적인 직업인 셈이다.

하지만 변호사로서의 실력과 품성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지난 6월초, 법무부가 표창한 ‘마을변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변호사가 처음 만들어졌을때 부터 참여해 일해온 덕이다.

이 변호사가 무변촌 사람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게된 이유가 무엇일까?

“교육쪽 전공자들은 대부분 ‘배운 것은 꼭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석사때 지도교수님으로 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구요. 배운 것을 나눌 방법을 찾는데 변호사협회에서 마을변호사 관련 연락이 와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이 변호사가 맡은 곳은 제주도 한림읍. 외가 사람들이 한림읍에 많이 살아 한림읍을 선택했다는 그는 지난해 7월, 한림읍까지 직접 내려가 이장님들을 모시고 마을 주민들의 애환을 들었다. 그리고 찾아온 마을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법적 조언을 하며 ‘배운 것을 꼭 나누어야 한다’는 지도교수님의 말씀을 실천했다.


“서울에서 전화나 이메일로만 받으면 교통사고 문제라던지, 급한 문제에 대해서만 물어보지만 내려가서 얘기를 나누면 토지문제라거나 상가문제, 상속문제 등 오래되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물어봅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현장에 내려가 얘기를 들으려 합니다”

지난 7월 방문에서 이 변호사는 틀어질뻔한 마을 형ㆍ동생간의 문제도 해결해줬다. 마을 형이던 A씨의 농지 가운데로 B씨의 땅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나 있는데, 이 길때문에 A씨가 농사를 짓기 어려워 고생하다 길을 무너뜨리려 하면서 우애에 금이 갈뻔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는 주위토지통행권에 대해 설명하고 A씨에겐 길을 놔두도록 얘기하면서, B씨에게는 대체토지를 제공하거나 댓가를 제공하도록 안내해 문제를 풀었다.

가슴아픈 사연도 있다. 전쟁통에 어머니가 호적에서 누락된 사람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께서 호적에 어머니를 남기고 싶어하신다며 방법이 없냐고 물어온 것이다.

하지만 이미 호적법이 폐지된 상태인데다 가족관계기록부나 재적등본은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법적으로 정정이 안된 것. 방법이 없냐며 두번이나 찾아온 분에게 어렵다는 말을 전할땐 이 변호사도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때로는 한림읍 바깥 사람도 상담을 해오기도 했다. 마을변호사가 부족해 생긴 일이다. 지난해 9월, 한림읍 인근 마을에 살던 분이 ‘아들이 교통사고 냈다’며 문의해온 것. 보험 없이 형차를 몰고가다 사고낸 일이라 합의하시도록 유도해 입건을 막은 일도 있다.

이 변호사는 “마을 변호사는 법률취약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국민의 권리인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며 “아직 홍보가 덜돼 사람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은데 국민들이 알고 누릴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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