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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재입점률 불과 4.4%
뉴스종합| 2014-06-26 08:02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서울시가 노후화된 전통시장을 현대화하고 주변 상권을 살리기 위해 추진하는 ‘시장정비사업’이 당초 취지와 달리 상인을 시장 밖으로 내모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아예 장사를 포기하는 상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상권 활성화에도 실패하면서 시장정비사업을 수요자 입장에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시장정비사업의 진단과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에서 시장정비사업이 완료된 상계중앙시장, 흑석시장, 등촌시장 등 3곳에 입점한 상인 4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재입점률은 4.4%에 그쳤다.

재입점률은 정비사업 전부터 지금까지 같은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의 비중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상인 44명 중 1.76명만 재입점에 성공한 셈이다.

기존 상인의 빈자리는 다른 지역에서 옮겨온 상인이나 처음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이 메웠다. 정비사업이 완료된 상가에 입주한 상인 구성원을 보면 다른 지역 상가 상인이 37.8%로 가장 많았고, 처음 장사를 시작한 상인이 35.6%를 차지했다. 주변 노점상이 입주한 경우는 22.2%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정비추진구역인 강북종합시장, 모래내ㆍ서중시장, 영등포기계상가 등 3곳에서 장사하는 상인 48명 중 정비사업 완료 후 재입점 의향이 있다는 상인은 13명(27.1%)에 불과했다. 이들 중 9명은 임대점포 상인이고 4명은 자가점포 상인이었다.

나머지 35명(72.9%)은 재입점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중 31명이 임대점포 상인이었다. 재입점을 희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 상승 부담(33.3%)이었다. 특히 이들 중 23.9%는 아예 폐업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비기간 중 영업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가 20.5%, 새 건물에서 현재 업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15.4%로 각각 나왔다.

상인들은 대부분 점포를 임대해 운영하고 있지만 정비사업에 따른 보호대책을 모르는 경우(83.3%)가 많았다. 전통시장법은 정비사업 기간 임차상인을 포함한 입점상인이 영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임시시장을 마련하거나 영업활동 중단에 따른 금전적 손실보전, 재입점 시 점포 우선 분양, 임대료 할인 등의 보호대책을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구체적이고 명문화된 보상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정비사업 시행자와 상인 간 분쟁이 일어난다”며 “토지, 건물 등 소유자와 임차 상인 간의 간극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힘없는 상인들만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는 셈이다.

아울러 정비사업 완료 후 기대했던 주변 상권 형성에 대한 만족도도 최하 수준인 38.9점(100점 만점)으로 조사돼 시장정비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시장정비사업이 주상복합 개발사업으로 변질되면서 주변 지역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지역사회를 위한 공공기여 방안을 강화하고 입점상인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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