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6명 정도가 약한 부상을 입는 데 그쳤지만 쇼핑객들은 혼비백산했고, 무너져 내린 건축자재 등으로 현장은 한바탕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뉴스를 통해 사고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은 이게 또 무슨 날벼락이냐며 크게 놀라야 했습니다. 툭하면 터지는 대형사고 때문입니다.
이날은 더구나 추억하기도 싫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지 꼭 19년이 되는 날입니다. 어이없는 이 사고는 세계 전역으로 생중계되다 시피하면서 대한민국을 참으로 부끄럽게 한 사건입니다. 사망자 502명을 포함해 총 150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초대형 사고였던 겁니다. ‘산업화의 쾌속질주, 속빈강정 한국’이라는 비판이 세계유수의 언론매체에 연일 넘쳐났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형참사는 반드시 시그널이 있다는 겁니다. 사전징후 말입니다. 삼풍백화점 역시 사고 전에 냉방에 문제가 있었고, 건물에 균열까지 보였다는군요. 결국 이 땅에서 벌어진 대형참사 중 대표적인 인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겁니다. 물론 지난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가 워낙 황당한 것이어서 자리바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YTN이 29일 오후 발생한 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 매장 천장 붕괴 현장을 긴급뉴스로 내보내고 있다. |
정말이지 삼풍백화점과 세월호 참사는 닮은꼴입니다. 사고조짐을 해당 업체들이 미리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점, 그럼에도 무리하게 개중축을 시도한 점, 무엇보다 사고 발생 후 우왕좌왕 오락가락 하면서 실종자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등이 그러합니다.
경미한 접촉사고 정도의 일에 삼품백화점이나 세월호를 갖다 들이대는 것은 무슨 꿍꿍이냐고 현대백화점 측은 따질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찰과상에 그쳐 경상자들이 치료 후 귀가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기자가 보기엔 철저한 사후 조사가 필요합니다. 사고 직후 현대백화점의 처사는 묵과할 수 없는 것입니다. 1층은 대피조치를 했지만 다른 매장에서는 “1층에서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으나 안전하다”는 안내방송을 한 차례 한 뒤 영업을 이어간 겁니다. 단 한차례 방송, 그 것도 안전하다는 내용으로 말입니다. 어찌됐건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한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고, 또 굳이 나쁜 소식을 장황하게 반복할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여기서 되도록 훅 덮어버리자는 그런 발상이 엿보입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측은 문제의 장소에 가림 막을 후딱 치고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식으로 평상을 되찾으려 애썼습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현대백화점이 가만히 있다고 그렇게 된 것이 아닐 가능성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천호점과 약 40m 떨어진 곳에 연면적 2만5000㎡ 규모(지하5층㎡·지상7층)로 수평 중축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시설물은 철거를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현대백화점 측은 중축공사와 전혀 무관하다고 합니다만 엄격하게 조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배짱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이런 걸 두고 우리는 똥배짱이라고 합니다. 고객먼저라는 말은 빈말일 뿐입니다. 증개축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안전보다 돈 먼저인 고약한 심보부터 스스로 수리하는 게 급해 보입니다.
오늘도 그 곳에는 많은 쇼핑객들이 드나들 겁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지 않으면 또 큰 코 다칠지 모릅니다. 하긴 더 다칠 코도 남아 있지 않긴 합니다만 말이죠. 각성할 곳이 이 곳 밖에 없겠습니까. 정신 차리고 또 차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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