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애민육장’에 나오는 구재(救災)의 내용 일부다. 놀랍게도 원칙과 질서, 매뉴얼 등 우리가 하나 둘 씩 버린 것들을 몽땅 담고 있다. 이대로만 터득하고 실천했더라면 세월호 참사는 우리 앞에 없을 수도 있었다. 있어도 단언컨데 허둥지둥하고 늑장부리다 모두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그로인해 목민을 책임진 공직이 공공의 적으로 내 몰리는 참담한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법하다.
때마침, 민선 6기 지자체가 공식출범했다. 들리는 바로는, 새 목민관들의 첫 행보가 샘물처럼 신선하다. 도지사, 시장, 군수 누구랄 것도 없이 약속이라도 한 듯 취임식을 아예 생략하거나 최대한 간소하게 치렀다. 대신 전통시장으로 가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산업현장을 찾아 안전을 점검했다. 더러는 들로 바다로 생계현장을 누비며 땀에 젖은 농심을 어루만지고 달랬다. 선거 때나 볼 수 있던 풍경 아닌가.
하긴 지자체장을 투표로 뽑은 지도 20년이 됐다. 지방정치에 나름 관록이 쌓일 때도 되긴 됐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고로 인명과 민심의 가치를 비로소 더 귀히 여길 줄 알게 됐을 것이다. 선량(選良)이란 뛰어난 인물을 뽑거나 그렇게 뽑힌 인물을 뜻한다. 이들의 행보가 부디 ‘학기초 현상’이 아니었음 한다. 중요한 것은 초심이다. 초심만 지켜 내면 개인의 정치적 성공은 물론이고, 지방의 발전도, 국운의 상승도 함께 도모 할 수 있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