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위크엔드] ‘統攝의 바람’이 분다
헤럴드경제| 2014-07-04 11:02

이공계, 창의성 강화위해 인문학 집중…인문계도 실무형 인재 양성위해 교육

통섭(統攝)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첨단 테크놀로지가 사회변화를 이끌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기업과 학계에선 인문학적 창의성과 이공계 기술을 겸비한 통섭형 인재 육성ㆍ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통섭형 인재란 인문학이나 엔지니어적 자질 등을 함께 고루 갖춘 인재형으로, 일종의 멀티플레이어인 셈이다. 실제로 지식기반사회로 들어서면서 이제 전공ㆍ영역에 따른 분류나 경계가 완전히 사라져가는 양상이다.

삼성ㆍ LG 등  대기업들은 그동안 하드웨어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 스마트폰ㆍ가전ㆍ반도체 등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뤄냈지만, 최근 이공계 중심의 기업 발전 과정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인식이다. 대학들도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교양 강좌의 경우 장르의 융합, 학문과 학문을 연결하고 통섭하는 융복합을 진행하고 있다.

▶이공계, 인문학 배우기 열풍= 이공계 인재가 많은 LG전자의 임직원들은 인문학 공부에 열심이다. 회사 측은 이들이 프로젝트에 묻혀 제품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메말라가고 시야도 좁아져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인문학 소양을 함양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이같은 판단 아래 최근 ‘EBS 인문학관’ 코너를 마련해 지원하고 임직원 대상 사내 교육사이트인 ‘러닝넷’에 ‘EBS 인문학관’ 코너를 신규 개설했다. 이 코너에서는 인문학 입문이나 역사, 경제, 과학, 리더십, 문화, 성공학, 역사, 예술 등 9개 분야로 나눠 EBS의 150여개 유료 동영상 강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사회ㆍ문화를 이해하는 폭넓은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문계 쪽의 통섭 노력도=삼성은 이공계의 인문학 배우기와 더불어 신입사원 공채 때 인문계 전공자들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채용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전형을 도입했다. 인문계 출신 지원자들에게 6개월간 960시간의 강도높은 교육을 통해 실무형 인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조직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요한데, 최근 들어 역부족임을 느낀다”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대학들도 융복합 앞다퉈=최근엔 이공계 전공자에게도 인문학과 경영학적인 마인드를 전수한다는 목적 아래 융합대학원, 기술경영대학원 등 다양한 통섭형 대학원을 속속 설립하고 있다. 후진타오, 스티브 잡스, 윤종용 같은 통섭형 인재를 키우자는 것. 전문가들은 과거 경영학 석사(MBA)가 붐을 일으킨 것처럼 앞으로 테크노 경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통섭의 열풍에 대해 일각선 적성에 맞지 않아 과학ㆍ수학을 애초부터 멀리했던, 이제와서 다시 배우기 어려운 인문계 출신들이 쇠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중국의 지도자 후진타오 전 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그리고 윤종용 전 삼성전자 고문(현 국가지식재산위원장) 역시 이공계 출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칭화(淸華)대를 졸업한 후진타오는 전공인 수리(水利) 분야 외에 정치ㆍ경제는 물론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관심 범위가 광범위하다. 베이징 지질학원을 졸업한 원자바오 역시 인문학에 조예가 깊다는 평을 받는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고문도 세계사나 인류문화에 관한 학문적 지식 등 해박한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하고 있다. 그가 세계적 전자기업이었던 일본의 소니를 따라잡고 삼성전자를 세계 정상의 기업으로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통섭형CEO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승원기자/pow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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